[사설]美-中, 관세 115%P씩 인하… 한미통상협상 목표 높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2일 23시 27분



미국이 145%까지 끌어올렸던 대중 관세율을 향후 90일간 30%로 낮추기로 했다. 중국산 합성마약 원료의 미국 유입을 문제 삼아 부과한 20% 관세는 유지하지만, 상호관세는 10%만 물린다는 것이다. 미 관세전쟁의 최대 표적인 중국 상품에 붙는 관세율이 큰 폭으로 낮아짐에 따라 상호관세율이 25%인 한국은 이보다 유리한 조건을 목표로 더 공격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주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인 미중은 90일간 미국의 대중 관세율을 115%포인트 낮추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중국도 125%로 높인 대미 보복관세율을 10%로 낮추기로 했다. 양국은 이 기간 중 환율, 펜타닐 문제 등에 대한 추가 협상을 진행한다.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포문을 열며 세계 경제를 공포에 빠뜨린 글로벌 관세전쟁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이 극적 타협을 이룬 건 무역 단절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가 받는 충격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어서다. 미국에선 중국 상품 수입 감소로 조만간 미국 유통업체 진열대가 텅 빌 거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도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서 일감이 없어진 수출업체와 노동자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90일의 시한이 붙긴 했지만 미중 합의의 큰 틀이 정해짐에 따라 미 관세전쟁의 표적은 무역적자가 큰 한국, 일본 등으로 빠르게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대미 자동차 수출이 거의 없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25% ‘품목관세’가 부과된 자동차와 부품, 철강의 관세율을 낮춰야 하는 별도의 과제를 안고 있다. 앞서 영국과의 협상 타결 때 미국 측이 첨단 제품의 대중 수출 통제 등에 동참을 요구할 수 있도록 포함시킨 ‘경제안보 협력 조항’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무역전쟁의 양상이 급변하는 만큼 판세를 읽어내는 통상당국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으로선 10%인 대중 상호관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목표로 미국과 협상하되, 대미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협상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일본 정부는 미일 통상 합의 시점을 당초 6월 중순에서 7월 초로 늦췄다고 한다. 상황 변화에는 빠르게 대처하되, 6·3대선 등 국내 정치 일정까지 고려해 협상의 속도와 내용을 조절해야 한다.


#관세율#미중 무역협상#대중 관세#상호관세#경제안보 협력#무역전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