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小野’ 국민의힘, 처절한 쇄신 없인 활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4일 02시 19분


코멘트
침묵에 빠진 국힘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자리에 앉아 침통한 표정으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에게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줄 왼쪽부터 양향자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침묵에 빠진 국힘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자리에 앉아 침통한 표정으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에게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줄 왼쪽부터 양향자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6·3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보수 정당으로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1987년 이래 가장 큰 격차의 패배다. ‘반(反)이재명’ ‘독재 저지’를 내세워 막판 보수 결집을 이뤄내긴 했지만 중도층의 지지를 얻지는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선거 내내 “내란 세력”으로 공격받았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헌재 탄핵에 반대한 결과로, 자초한 일이다. 당은 탄핵 확정 후에도 탄핵 반대를 공언해 온 김문수 후보를 대선 후보로 뽑았다. 친윤 주류는 그 후보를 새벽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강제 교체하는 황당한 계책을 밀어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김 후보를 확정한 뒤에도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에만 급급했다.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보다 상대방이 안 되는 이유만을 내세웠을 뿐이다.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윤 전 대통령 및 그 추종 세력과 절연하고, 퇴행적 친윤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힘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아스팔트 우파에 끌려다니고 기대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니 상식적인 보수층, 중도층의 외면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이제라도 처절하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비상계엄의 전모를 밝힐 수사와 재판에 협조함으로써 ‘윤의 그림자’를 걷어낼 필요가 있다.

그 첫걸음은 일반 상식과 동떨어진 정치를 해 온 친윤 핵심들의 퇴진일 것이다.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한덕수 해프닝’으로 당이 웃음거리가 됐지만 제대로 책임진 적이 없다. 당권 유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번에도 적당히 봉합하려 한다면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다.

국민의힘이 거듭나려면 치열한 쇄신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 그 논쟁에는 보수정치를 새롭게 만들 인물들이 앞장서야 한다. 매력 없고, 실력 잃은 국민의힘에 중도층 유권자들은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자기편을 쫓아내는 뺄셈의 정치, 독선과 폭주의 대통령 국정에 맞장구친 무책임 정치의 후과일 것이다. 그러다가 총선, 대선에 잇따라 패배하며 원내 107석의 소수 야당으로 쪼그라든 게 지금 모습이다. 처절한 쇄신 없인 활로가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대선 패배#중도층#친윤 정치#탄핵#부정선거 음모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