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양 무인기 ‘V’ 지시라 들어”… 듣기만 해도 섬뜩한 ‘불장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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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무인기.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이 무인기 침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현역 장교의 제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신문 뉴스1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무인기.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이 무인기 침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현역 장교의 제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신문 뉴스1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이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 “V(당시 윤석열 대통령) 지시라고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서 들었다”는 취지의 군 현역 장교의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한다. 당시 북한은 “전쟁 날 수 있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고 했는데 녹취록에는 이를 두고 “V가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했다고 한다” “11월에도 무인기를 보냈다. 무리해서라도 계속하려 하는구나 싶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은 이 녹취록이 계엄 발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과의 충돌을 유도한 증거라고 보고 윤 전 대통령의 조사 대상에 처음으로 외환(外患) 혐의를 적시했다고 한다.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사실은 지난해 10월 11일 북한이 공개해 알려졌고, 당시 정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계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명분용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번에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단서가 나온 것이다. 실제로 계엄용 북풍 공작이었다면 군 통수권자의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다. 북한이 재발 시 보복을 경고한 상황에서 ‘무리해서라도 계속하려 했다’니 국지전이라도 났다면 어쩔 뻔했나.

평양 무인기 침투가 정당한 대북 공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정황은 이미 나온 상태다. 경찰이 확보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는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 후 대통령 주관 식사 때 비상대권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의 평양 침투 시점은 10월 초순으로, 시기적으로 인접해 있다. 만약 무인기 침투가 계엄을 염두에 둔 것이었고 북한과 모의한 정황까지 나온다면 대통령이 범한 외환죄라는 초유의 사건이 될 수 있는 만큼 의혹 하나하나를 가볍게 보아 넘겨선 안 된다. 노상원 수첩과 비상대권 발언, 그리고 무인기 침투 간의 연관성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드론작전사령부는 계엄 이후 이 사건 관련 내부 자료를 폐기하고 무인기 로그데이터를 삭제하도록 한 내부 조항을 만들었다고 한다. ‘V가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했다’는 녹취는 군 수뇌부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 통수권을 가볍게 휘두르는 대통령을 말리기는커녕 군이 대통령 심기를 살피며 위험천만한 불장난에 동조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평양 무인기#12·3 비상계엄#김용대#드론작전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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