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문수 후보가 7일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 씨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 출연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입당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5월 대선을 앞두고 논란 끝에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무엇보다 절박한 상황에서 복당을 받아주겠다는 것은 심각한 퇴행이 아닐 수 없다.
김 후보는 이날 네 명의 유튜버 앞에 마치 면접을 치르듯 앉아 황당한 답변을 늘어놨다. 이재명 대통령을 ‘주적’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하는 발언도 했다. “그분(윤 전 대통령)이 계엄해서 누가 죽거나 다쳤느냐”고도 했다.
12·3 불법계엄은 한국 사회를 심각한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었으며 국격과 국가신인도를 추락시켰다. 불안심리로 민간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경제성장률은 0%대로 주저앉았다. 김 후보의 발언은 계엄으로 국민들이 겪은 트라우마에 아예 눈을 감아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김 후보는 불과 석 달 전 대선 후보로서 “수출과 외교관계 등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는데, 그건 표를 얻기 위한 거짓 사과였나.
이런 뒷걸음질은 김 후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동혁 후보도 지난달 전 씨의 유튜브 토론회에 출연한 데 이어 8일엔 “윤 전 대통령의 재입당을 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동조했다. 이들이 민심이 아닌 극우 유튜버 환심을 사기에만 몰두한 탓에 쇄신의 전기가 됐어야 할 전당대회는 찬탄 대 반탄 싸움으로 전락했다. “이제 우리 당에 윤석열은 더 이상 없다”던 송언석 비대위원장의 얼마 전 발언이 무색할 지경이다.
윤 전 대통령을 끌어안으려는 당권주자들의 ‘자해 행위’ 속에 당 지지율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7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6%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에 오차범위 밖으로 밀리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픈 줄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듯하다.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까지 당의 간판을 유지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당 내부에서조차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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