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는 12일 구속된 후 두 차례 특검에 출석했지만 의미 있는 진술은 거부하고 있다. 대부분 질문에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사실 밖에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첫 출석일인 14일엔 변호인단을 통해 “내가 다시 남편하고 살 수 있을까.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라는 감성적 소회를 전했다. 건강을 이유로 특검에 불출석한 20일엔 남편의 ‘멘토’ 신평 변호사를 통해 옥중 메시지를 냈다.
▷신 변호사가 19일 김 여사를 접견했다며 다음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접견실 의자에 앉자마자 “제가 죽어버려야 남편에게 살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했단다. 신 변호사는 이후 한 언론 인터뷰에선 김 여사가 접견 당시 ‘그냥 (윤석열 전) 대통령은 풀어주고 내가 계속 여기 살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당시 김 여사는 ‘너무나 수척하여 앙상한 뼈대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제가 죽어버려야 남편에게 살길이…”는 남편의 정치 인생을 끝장낸 자신의 과오를 뒤늦게나마 후회한다는 뜻에서 한 말일까. 김 여사는 2021년 허위 학력과 경력 기재에 대해 사과할 때도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던 공언은 취임식 첫날부터 헛말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이 초청한 인사는 765명인데 김 여사 초청 인사는 849명이었다.
▷김 여사는 접견 당시 “한동훈이 어쩌면 그럴 수가 있느냐”며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앞길엔 무한한 영광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단다. 윤 정부 ‘2인자’ 소리를 듣던 한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과 의혹 규명을 요구하면서 원수지간이 됐다. 계엄 실패와 탄핵이 모두 배신자 탓이란 말일까. 김 여사의 옥중 ‘한동훈 때리기’는 전당대회 개입용이란 말이 나온다. ‘반탄 진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김 여사는 지난 전당대회 때도 ‘한동훈 영부인 문자 읽씹’ 사건을 흘려 한 전 대표를 방해한 적이 있다.
▷김 여사는 ‘나토 3종’ 보석을 주고 인사 청탁을 했다고 자백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에 대해 ‘(이재명) 정부와 협력해 우리를 죽이려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주가 조작, 공천 개입, 매관매직 혐의로 ‘첫 영부인 구속’이라는 기록을 세운 참담함에 대해선 함구하면서 “12·3 계엄은 절제력 갖춘 힘의 행사”라 주장하는 지지자의 입을 빌려 희생양 행세를 하고 있다. 2평 독방에서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보려는 안간힘이겠으나 입을 열수록 여론의 냉소를 부르며 스스로를 더 좁은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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