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계속 껍질벗는 한덕수의 거짓말… 말 못 할 일 얼마나 했기에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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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최근 특검 조사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문을 직접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계엄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는 기존 주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올 2월 국회에서 “(계엄) 선포 당시 (선포문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계엄 해제 후 사무실로 출근해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 후 2주 뒤 헌법재판소에선 “(선포문을) 언제 어떻게 받았는지 정말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런 주장은 특검이 확보한 용산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속 모습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영상에는 한 전 총리가 계엄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온 뒤 정장 안쪽 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고, 대국민 담화문으로 보이는 5장짜리 문건을 살피는 장면이 담겼다고 한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이 “한 전 총리가 접견실에서 계엄 문건을 봤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 전 총리는 사후 작성된 계엄 선포문에 서명했다가 폐기한 혐의에 대해서도 함구해 왔다. 당초 선포문에 총리와 국방부 장관 서명이 빠져 있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계엄 후 선포문을 새로 만들어 오자 한 전 총리는 이 문건에 서명했다. 그 후 3일 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긴급체포된 직후 한 전 총리가 없던 걸로 하자고 했다는 게 강 전 실장의 진술이다. 그래 놓고 한 전 총리는 국회에 나와 “계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막지는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계엄 전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건 한 전 총리였다. 윤 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는 주장하지만 특검은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갖추려 한 행위로 보고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한 전 총리가 사실상 위증을 시인하면서까지 계엄 문건을 받았다고 뒤늦게 실토한 것도 구속만큼은 피하려는 몸부림이란 시각이 많다. 그는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누구보다 앞장서 막았어야 할 행정부 2인자였다. 하지만 계엄을 방조하고 불법성을 감추려 했던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검에서 증거를 내밀자 그제야 털어놓는 한 전 총리를 보면서 계엄을 막으려 했다는 그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덕수#국무총리#계엄 선포문#윤석열#특검 조사#국무회의#불법 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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