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공의 복귀했지만, 필수의료는 5대 병원조차 못 채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7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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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사직 전공의 상당수가 업무 현장에 복귀한 1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동아일보DB
의대 정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사직 전공의 상당수가 업무 현장에 복귀한 1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동아일보DB
올해 하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모집에서 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등 5대 대형병원조차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5대 대형병원 충원율은 약 70%였다. 하지만 필수의료 충원율은 소아청소년과 36.2%, 심장혈관흉부외과 37.9%, 산부인과 66.1%, 응급의학과 40.3% 등으로 저조했다.

서울의 대형병원이 이러니 지역 병원의 필수의료 전공의 충원율은 말할 것도 없다. 대구 지역 수련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1명을 모집했지만 합격자를 찾지 못했다. 충북, 충남, 강원 지역은 각각 34명의 외과 전공의를 모집했지만 아무도 뽑지 못했다. 필수의료 과목이 만성적인 구인난을 넘어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공의 수가 적으면 위 연차로부터 배울 기회가 줄고 당직 등 업무가 쏠리게 되므로 아예 그 병원을 지원하지 않게 된다. 결국 해당 과목의 명맥이 끊기고 전공의→전임의→전문의로 이어지는 의사 양성 사다리도 무너진다.

반면 전공의 수련을 거치지 않고 일반의가 개원가로 직행하는 경우는 급증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일반의가 신규 개설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모두 176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29곳)보다 36.4% 증가했다. 더욱이 일반의 개원 의원 10곳 중 8곳은 피부과를 진료과목에 포함하고 있다.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은 그 원인이 분명하다. 의료 분쟁 부담이 크고 밤샘 근무 등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보상이 적기 때문이다. 위험 부담이 작은 시술을 주로 하는 피부과, 성형외과 등과의 수익 격차도 갈수록 벌어진다. ‘고위험-저수익’이란 잘못된 보상체계를 바로잡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진료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줘야 한다. 수가를 찔끔 조정하는 식의 땜질 처방만 하다간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 받을 상황이 온다.


#전공의 모집#필수의료 과목#대형병원#충원율#의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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