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연체 기록을 삭제해 준 채무자 3명 중 1명이 불과 3, 4년 만에 다시 연체자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환 능력에 비해 과도한 빚을 진 채무자의 새출발을 돕자는 취지에서 이뤄진 ‘신용사면’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의미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되풀이된 신용사면이 꼬박꼬박 빚을 갚은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2021∼2024년 발생한 연체 기록을 삭제해 준 채무자 287만 명 중 33%인 96만 명이 올해 7월 말까지 다시 빚을 갚지 못하는 연체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연체 기록 삭제로 개인 신용 점수는 평균 31점, 개인사업자의 경우 101점 상승했지만, 이 역시 다시 하락해 제도권 금융권 밖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한 사람이 상당수다. 반복되는 대규모 신용사면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재명 정부도 대선 공약에 따라 채무자 113만 명에 대한 부채 탕감, 324만 명의 연체 이력 삭제를 추진 중이다. 대상과 금액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세 번째 진행되는 이번 신용사면 역시 과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잦은 신용사면은 기본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빚 탕감이나 연체 기록 삭제가 머잖아 이뤄질 가능성이 큰데 채무자가 성실하게 빚을 갚는 것은 기대하긴 어렵다.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꼬박꼬박 빚을 갚아 신용점수를 쌓은 성실한 채무자들 입장에선 그간의 노력이 헛된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장사가 안 돼 빚을 지고 사업을 접은 자영업자들이 다시 대출을 받아 비슷한 사업을 시작할 경우, 자영업자들 간의 경쟁만 치열해질 것이다.
채무자들의 진정한 새출발을 위해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대규모 빚 탕감이나 신용사면 대신 재기 가능성과 부채 상환 의지를 반영한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대책일 뿐이다.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은 경기 회복을 통해 바닥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는 늘리는 것뿐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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