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연금통계’를 발표했다. 65세 이상 월 연금액이 69만 원으로 최저생계비의 절반에 그쳤고, 60∼64세 인구 중에서 연금을 받는 비율은 42.7%에 불과했다고 한다. 길어지는 노후(기대수명 2023년 84.3세→2050년 88.9세)에는 무엇보다 ‘현금 흐름’이 가장 중요하나 연금으로 미리 충분히 준비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중장년 재취업 시장의 문은 정말 좁다. 결국 소비를 큰 폭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데, 이는 개인 삶의 차원을 넘어 국내 소비시장 축소로 이어져 국가경제 측면에서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청년들도 불만이 많다. 3월 20일 18년 만에 연금개혁에 성공했지만, 기금 소진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어서 보험료만 납부하다가 정작 자신들은 연금 구경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팽배하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다. 연금 액수로 보나 수급자 수로 보나 그리고 사망 시까지 종신으로, 그것도 물가 상승기 실질가치 하락에 대한 걱정 없이 매월 25일 꼬박꼬박 나오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노후 부담을 좀 덜고, 청년세대는 미래 희망을 가질 수 있으려면 기금이 제 역할을 다해줘야 한다.
흔히들 국민들이 매월 납부하는 보험료를 주요 재원으로 국민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기금 운용 수익금의 비중이 더 크다. 최근 10년간 운용 수익금이 548조 원으로, 보험료 수입 470조 원보다 78조 원 더 많았다. 보험료 납부가 투자로 이어져 더 큰 운용수익을 창출하고, 이 두 가지가 합쳐져 연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지난 37년간의 수익률은 연평균 6.82%로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의 약 3배 수준의 성과를 냈으며, 2024년 말 현재 1213조 원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3월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와 운용수익이 연금 급여 지출보다 많은 ‘기금성장기’가 약 30년으로 연장됐다. 즉, 청년층 보험료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오해와는 달리 기성세대와 함께 부담하는 보험료가 막대한 추가 운용수익금과 합쳐지고, 그중 대부분의 금액이 청년세대에게 연금자산으로 이전되는 구조다. 청년층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은 개혁이다.
세계적 흐름도 이와 유사하다. 과거 ‘부과식’ 재정운영에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도 최근 ‘부분 적립식’으로 점차 전환하는 추세다. 저성장, 저출산 및 연금발(發) 국가부채 증가에 미리 대비하려는 취지다. 미국 퇴직연금인 401K, 호주 슈퍼애뉴에이션, 캐나다 적립식 공적연금 CPP, 노르웨이 국부펀드 연금 등 공적연금의 새 재정운용 방식에 동참하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퇴직연금을 거대 기금화해 운용수익률 문제를 개선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국민연금 기금이 더 큰 역할을 하도록 하려면 현행 운용체계가 과감히 바뀌어야 한다. 우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위주의 투자에서 벗어나 인도, 브라질 등 이머징 마켓까지 새 투자처의 발굴이 필요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전문성과 실력, 경험이 입증된 우수 운용인력을 유치하는 노력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기존에 뛰어난 운용성과를 보여준 경험 많은 운용인력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보수, 정원 및 근무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와 같은 운용 혁신은 미래 연금부채를 축소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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