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SK ‘스타게이트’ 참여… 투자 막는 ‘금산분리’ 빗장 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일 23시 30분


코멘트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의 접견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대통령실 제공
삼성과 SK가 미국 오픈AI와 손잡고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본격 참여하게 됐다. 미국의 오픈AI와 오라클,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이 함께 2029년까지 5000억 달러(약 702조 원)를 투입해 미국 내에 초대형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표한 핵심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한국 대표기업들이 여기에 주요 파트너로 승선하면서 한미 ‘AI 동맹’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두 회사는 1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상호 협력 및 반도체 공급 의향서(LOI)를 각각 체결하고 프로젝트를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했다. AI 인프라의 핵심인 HBM만 해도 웨이퍼 기준 월 90만 장이 필요한데, 현재 전 세계 HBM 생산량의 두 배를 넘는다. 단순 계산으로도 100조 원 규모의 신규 수요가 창출되는 셈이다. 삼성과 SK는 이 밖에도 각각 경북 포항과 서남권에 오픈AI 전용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등 오픈AI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문제는 반도체 공급 요청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갖추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난 43년 동안 우리 기업의 자금 조달을 제약해 온 금산분리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이재명 대통령도 AI 투자를 위해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지 않고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현행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업종 간 경계가 흐릿해진 ‘빅 블러’ 시대에 금융과 산업을 구분하는 금산분리는 이미 철 지난 규제가 됐다. 일본과 유럽연합(EU)엔 금산분리 규제가 없고, 미국에선 지주회사가 은행을 제외한 금융사를 소유할 수 있다. 금산분리를 풀면 첨단산업 투자에 선구안이 있는 기업들이 펀드를 결성해 국내 금융권과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한국 AI 산업에 투자할 것을 한국 정부에 약속했고, 여기에 오픈AI와의 협력까지 이끌어 내면서 ‘아태 지역 AI 허브’와 ‘AI 3대 강국’으로 가기 위한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앞으로 연구개발(R&D), 인프라 조성, 인재 확보 등에 박차를 가하려면 필요한 자금을 필요한 시점에 차질 없이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돈이 흐르는 물줄기를 인위적으로 막고 있는 금산분리라는 낡은 둑부터 허물어야 할 것이다.


#삼성#SK#오픈AI#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인공지능 인프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