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여러 차례 거론됐던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사진)가 별세했다. 향년 87세.
응구기의 딸 완지쿠 와 응구기는 28일(현지 시간) 페이스북에 “충만한 삶을 사셨고, 훌륭한 투쟁을 하셨다”며 아버지의 부고를 알렸다.
응구기는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학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케냐 토착어 ‘기쿠유어’로 집필하는 등 아프리카어로 아프리카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작품을 다수 남겼다. 대표작 ‘울지 마, 아이야’ ‘피의 꽃잎들’ ‘한 톨의 밀알’ 등을 통해 식민주의 유산을 탐구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고인이 영어 집필을 중단하고 처음 기쿠유어로 쓴 소설 ‘십자가 위의 악마’는 고 김지하 시인(1941∼2022)의 시 ‘오적’에서 영향을 받았다. 1976년 일본에서 우연히 김지하의 책 ‘민중의 외침’ 영어판을 접하고 매료됐다고 한다. 1년 뒤 케냐 지배층을 풍자한 희곡 ‘결혼은 하고 싶을 때 할게요’로 인해 수감됐을 때 휴지 위에 ‘십자가 위의 악마’를 썼다.
2016년 박경리 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응구기는 연세대 강연에서 “시를 통해 만났을 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김지하의 정신이 케냐에서 가장 큰 감옥인 카미티 교도소의 6번 독방에서 나와 함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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