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 전 앉아 있다. 왼쪽부터 이영돈 PD, 윤 전 대통령,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 2025.05.21.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이 6·3 대선 사전투표(29, 30일)를 일주일 앞두고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영화를 관람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백의종군을 하겠다”며 국민의힘을 탈당한 지 사흘 만에 강성 지지층을 향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뒤 47일 만의 첫 공개 행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본인이 선거를 이겼는데 부정선거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계엄에 대한 반성과 자중을 하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전 대통령은 이 후보의 선거운동원이냐” “제발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해 달라” 등 비판이 쏟아졌다.
● 尹, 비상계엄 선포 장면에 ‘어퍼컷’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을 찾아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제작자인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윤 전 대통령을 초대했다. 영화관에 설치된 홍보 포스터엔 ‘6월 3일 부정선거 확신한다’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2025.05.21.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 전 대통령은 다큐에서 한 대학생이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왜 기를 쓰고 숨기는지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장면이 나오자 활짝 미소를 짓고 박수를 쳤다. 또 본인의 비상계엄 선포 장면이 나오자 어퍼컷하듯이 주먹 쥔 손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로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컴퓨터 등 전자기기 없이 대만이나 독일이 하는 투명한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기자들과 만나 “대선에 대한 메시지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영화관에 도착하자 ‘너만 몰라 부정선거’라는 글귀가 적힌 붉은색 풍선을 든 지지자들이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지지자들은 “윤 어게인”을 외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2025.05.21.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민의힘 지도부인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영화 관람에 대해 “이미 저희 당을 탈당한 자연인”이라며 “평가도 안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윤 전 대통령을 향해 “당이 살려면 재구속만이 답이다”, “선거 필패의 지름길” 등 불만이 쏟아졌다. 조경태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제1호 선거운동원을 자청하는거냐”며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한심하다”고 했다.
당내에선 윤 전 대통령의 행보가 보수 지지층이 사전투표에 불참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한 대구 재선 의원은 “본투표가 어려운 지지자들은 사전투표하도록 독려해야 하는데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이) 엉뚱한 쪽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가 일부 의심 받는 점이 있고 다툼이 있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 의혹에 선 긋지 않은 것.
이에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김 후보가 부정선거 음모론과 단호히 절연한다고 선언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단호하게 선긋지 못하면 민주당은 3일간, 우리는 하루만 투표하는 거다. 그러면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부정선거론에 화답한 김 후보는 내란 수괴와 한마음 한뜻임을 인증했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극우 내란 아바타 김 후보가 부정선거 망상을 앞세워 극우 내란 연대를 결성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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