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전쟁 참전]
중동 확전-트럼프 불참 가능성 고려
일각 “외교안보 입지 위축시킬 실책”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5.6.18.뉴스1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도저히 무리라고 판단했다.”
22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미국이 21일(현지 시간)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새 국면을 맞은 상황이 불참의 결정적인 고려 요인이 됐다는 것.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만 해도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확정적인 분위기였다. 미국과도 외교 채널을 통해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시간 조율 등이 진행되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당초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3시 브리핑을 통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브리핑 직전 대통령실은 이를 연기했고, 오후 6시 20분경 서면 브리핑 형식으로 불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중동 상황과 관련된 보고를 받으며 고심 끝에 불참을 직접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로 당장 유가가 급등하면 환율이 오르고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준다. 이럴 때 지휘권자가 국내에서 ‘그립’을 쥐어야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참모들의 회의에선 전쟁이 격화돼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을 이란이 봉쇄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선 내각 인선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상황을 이유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일정을 단축할 가능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 서방 자유주의 진영과의 공조를 재확인할 기회를 놓친 것은 숙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토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북한 협력 대응 등을 위해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 정상을 매년 초청해 왔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 대통령의 불참 결정은 안이한 현실 인식이 부른 외교적 실책”이라며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입지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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