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보훈의 달, 靑 영빈관 행사
“독립운동땐 3대 망한다는 말 없게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 해야”
천안함 함장 “민주당 정부 첫 초청”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이종찬 광복회장(앞줄 오른쪽)과 함께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호국보훈의 달, 대통령의 초대’ 행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는 도전과 응전의 대한민국 현대사가 애국의 이름으로 한데 모인 뜻깊은 자리”라며 유공자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일제 치하에 독립운동 그리고 6·25전쟁, 4·19혁명, 월남전, 5·18민주화운동, 서해 수호의 역사를 통해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현대사의 고비마다 기꺼이 청춘을 바치신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의 가족들이 계셨기에 국민들이 자유와 평화 속에서 미래를 꿈꾸면서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등 서해 수호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통합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호국 보훈의 달, 대통령의 초대’ 행사를 열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에서 열린 첫 행사다. 이 대통령과 한복을 입은 김혜경 여사는 행사장 앞에서 참석자 모두와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이날 행사에는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비롯해 천안함 폭침 사건 유족과 연평해전 유족,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실제 주인공인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 등 160여 명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 씨, 최 전 함장 등 일부 참가자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최 전 함장은 2023년 현충일 추념식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최 전 함장이 ‘천안함 자폭설’에 해명을 요구한 데 대해 민주당이 “천안함 함장은 무슨 낯짝이냐”고 비판한 것에 반발한 것. 이 대통령은 올 3월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유족의 항의를 받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천안함 장병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 이성우 천안함유족회장은 통화에서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천안함 유가족과 생존 장병 마음에 상처받지 않게 해달라 하니 이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며 “이 대통령이 일일이 호명을 해줘서 기분이 풀어졌다”고 말했다. 최 전 함장은 통화에서 “민주당 정부에서 초청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보훈 가족을 최고 예우로 모시겠다고 말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 말로써 되는 게 아니라 실천해야 하니 지켜볼 문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국가 공동체를 위해서 특별한 희생을 치른 분들에 대해 우리가 상응하는 특별한 보상과 예우를 해야 국가가, 우리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또 다른 희생, 헌신하실 분들이 나타난다”며 보훈을 강조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현대사는 모든 것을 바쳐 희생한 분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소홀했다”며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 (오죽하면) 이런 이야기가 회자되겠느냐”고 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갈등의 늪에서 나와 국민 통합의 다리를 건널 때 가장 확실하게 필요한 게 바로 보훈”이라며 “호국 정신, 독립 정신, 민주주의 정신을 앙양할 대통령보훈비서관을 대통령실에 신설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날 오찬 메뉴는 보양식인 홍게살 전복냉채, 갈비살 솔송찜 등과 화합의 의미를 담은 탕평채 등이 마련됐다. 참석자들에게 ‘광목 여름 이불’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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