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쌀-소고기 ‘전략 카드’ 고려… 시한 다가오는데 도돌이표 해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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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관세 협상 어디로]
정부내 “日투자액 우린 감당 어려워”… 美日 관세 ‘깜짝 타결’에 부담 가중
‘쌀-소고기 개방 확대’는 일단 제외… 조선 등 투자-안보 패키지 설득 관건
與일각 “농축산물 개방 필요할 수도”

“일본의 대미 투자액은 우리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23일 미일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직후 5500억 달러(약 758조 원)에 이르는 일본의 ‘통 큰’ 대미 투자를 두고 정부 내부에선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 발효(다음 달 1일)를 일주일여 앞두고 일본이 상호관세는 물론 미국이 ‘절대 불가’를 고수했던 25%의 자동차 관세 대폭 인하를 끌어내면서 정부의 부담은 가중되는 흐름이다. 일본이 한국의 1년 정부 예산(2025년 기준 약 677조 원)을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투자 카드’를 내놓은 가운데 미국을 흔들 만한 획기적인 카드가 부족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 특히 한국과 산업 및 대미 수출 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합의안이 한미 관세 협상에 기준점이 될 수 있는 만큼 당초 정부가 고위급 연쇄 방미를 통해 미국에 제시하려고 했던 대미 협상 카드에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쌀-소고기 뺀 정부, 안보 패키지 설득이 관건

대통령실은 이날 미일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해 “미일 협상 결과의 세부 내용을 파악 중이며 우리 협상에도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돌았다. 일본은 그동안 7차례에 걸쳐 미국과 고위급 대면 협상을 진행하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24%였던 일본의 상호관세율을 25%로 올리는 등 연일 압박에 나서던 중 ‘깜짝 타결’을 이뤄낸 것.

정부는 일본이 쌀과 자동차 시장의 비관세 장벽을 일부 완화하면서 대규모 투자 계획인 ‘저팬 인베스트먼트 이니셔티브’를 통해 큰 폭의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 인하를 끌어낸 데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상호관세는 한국과 같은 25%에서 15%로,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2.5%(기본관세 포함 시 15%)로 낮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대미 투자를 극대화하는 선택으로 자동차 관세 인하 등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도 미국에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부활 정책과 연계한 조선·자동차·배터리·반도체·에너지 구매·투자 패키지 제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패키지 규모는 일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의 강점은 조선 분야에 있다고 본다”며 “조선 분야 투자를 통해 미국을 설득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이번 협상 타결 과정에서 투자를 약속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도 이번 패키지 제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는 LNG 투자를 위한 실사단 파견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며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쌀과 소고기 시장 확대 카드 역시 일단 제외됐다. 농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커진 데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부처 간 이견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관건은 관세 협상과 병행해 이뤄지는 국방비 지출 증액 등 안보 협상을 통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방미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당국자들을 만나 안보 카드를 제시하며 패키지 합의를 논의하고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 “농축산물 개방 결단 필요할 수도”

정부는 이번 주 이어질 한미 고위급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 장관 등과의 협상을 위해 2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2+2 통상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여권 관계자는 “타결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본다”면서 “미국이 우리 제안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협상 카드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데다 일본 등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이 모두 자국 농산물 시장을 개방한 만큼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막판 협상 타결을 위해 정부가 농축산물 개방 카드를 전략적으로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국내 반발에도 범정부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전했다.

#대미 투자#쌀#소고기#전략 카드#한미 관세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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