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정절차 마무리후 전세기 출발” 귀국까진 시간 걸릴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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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장 한국인 300여명 구금]
李지시에 안보실-백악관 라인 가동… 조현 오늘 출국, 내일 루비오 면담
美조사절차 남아 귀국시기 불투명… 정부, ‘과도한 법집행’ 항의 전달

쇠사슬로 결박하고… 소총무장 요원들 배치 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HL-GA)을 급습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인 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허리와 발을 쇠사슬로 결박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단속에 나선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이 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 공장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다(아래쪽 사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 캡처
쇠사슬로 결박하고… 소총무장 요원들 배치 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HL-GA)을 급습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인 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허리와 발을 쇠사슬로 결박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단속에 나선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이 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 공장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다(아래쪽 사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 캡처
“구금돼 있는 근로자들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미 정부가 구금자 석방에 의견을 모았다는 것. 다만 이번 사태가 한미 관계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이 미국 최대 투자국으로 올라설 만큼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국내 기업을 상대로 미국 정부가 표적 단속에 나서 300명 이상의 국민이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만큼 후속 관세 협상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李 “국민 권익 부당 침해 안 돼”, 트럼프 “할 일 한 것”

신분이 확인된 일부 직원만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는 뜻의 ‘출발 허가’ 종이를 받아들고 이날 단속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신분이 확인된 일부 직원만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는 뜻의 ‘출발 허가’ 종이를 받아들고 이날 단속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정부는 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 대한 불법 이민 단속으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되자 미국 정부와 교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등은 헬기와 군용차량 등을 동원한 대규모 단속 작전으로 한국인을 포함해 457명을 체포해 구금했다.

이 대통령은 조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보고 받은 뒤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 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백악관과 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도 조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재외국민보호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주미대사관을 중심으로 총력 대응 체제에 들어간 것은 물론이고, 박윤주 제1차관이 엘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과 통화를 하고 신속한 사태 해결을 요청하는 등 고위급 채널을 가동했다.

정부는 강제 추방 대신 자진 출국 방식으로 구금자들을 석방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은 사건의 조기 해결을 위해서는 구금된 우리 국민 전원이 전세기로 신속하고 무사하게 귀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내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를 통해 일괄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8일 미국으로 출국해 9일경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면담해 후속 교섭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기로 송환되는 한국인은 LG에너지솔루션 직원 47명, HL-GA 배터리 관련 설비 협력사 소속 25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석방을 위해선 이민 당국의 조사가 완료돼야 하는 만큼 구금된 이들이 언제 귀국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ICE는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금된 한국인을 불법 체류자로 규정한 이민당국의 주장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 관세 협상 등 한미 관계에 영향 불가피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과도한 법 집행이 이뤄진 점에 대한 항의와 유감을 표했다. 이민 당국이 중남미 출신 4명의 이름이 적힌 수색영장을 들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300여 명의 한국인을 구금한 것은 과도한 법 집행이라는 것. 특히 이민 당국이 쇠사슬과 수갑을 차고 체포하는 영상을 공개하는 등 적법한 조사 절차 없이 동맹국 국민을 범죄자로 대우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9월 23일 시작하는 유엔 총회 참석차 방미를 앞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한미 관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후속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막대한 대미 투자를 하고도 미 이민 당국의 표적 단속 대상이 된 만큼 대미 투자 시 한국인에 대한 신분 보장과 안전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이번 사태를 한국의 대미 투자를 압박하는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관계#구금자 석방#미국 이민 단속#대미 투자#관세 협상#외교 교섭#재외국민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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