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싫어 장독 없애나” 정부 주도로 檢보완수사권 부여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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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與주도 검찰개혁 후속입법에 제동
“수사-기소 분리까지는 정치적 결정… 후속 입법은 정부가 1년내 해낼 것”
與강경파 ‘보완수사권 배제’ 주장에… 李 “치밀한 장치 필요” 직접 선그어

李대통령 기자회견 배석한 참모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이 웃음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비서관, 이규연 홍보소통수석비서관, 전성환 경청통합수석비서관, 봉욱 민정수석비서관,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李대통령 기자회견 배석한 참모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이 웃음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비서관, 이규연 홍보소통수석비서관, 전성환 경청통합수석비서관, 봉욱 민정수석비서관,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검찰개혁과 관련해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며 “정부가 (후속 입법을) 주도하자. 1년 안에 해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경파가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행정안전부 산하 설치를 넘어 검찰개혁 논의 전반을 주도하려고 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이 사고를 엄청나게 쳐서 수사권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는데, 그러면 경찰은 믿을 만하냐”며 검찰청 폐지로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여당 내 강경파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애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기자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수사·기소 분리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 “검찰개혁, 감정 배제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검찰 수사권 오남용의) 가장 큰 피해자다. 검찰이 사고를 엄청나게 쳐서 수사권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면서도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자기 입장도 배제하고 중립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냉정하게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시적 정책이 아니고 근본적 사회 시스템에 관한 것이라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아주 논리적이고 치밀하게 전문적으로 주도하자”며 “지금부터 1년도 짧다. 보통 일이 아니지만 1년 안에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엉뚱한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쁜 짓이지만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큰소리치게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며 “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당정과 대통령실은 수사-기소 분리를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과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법무부는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행안부 산하에 중수청 설치를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날 중수청과 공소청의 기능과 권한을 담는 후속 입법은 여당이 아닌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검찰개혁 문제에 있어 당은 이제는 ‘열중쉬어’ 하고 그만 움직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 “구더기 싫어도 장은 먹어야”… 보완수사권 폐지 신중론

이 대통령은 신설될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 “요새 검사는 보완수사에 아예 눈도 대지 말라고 한다”며 “수사·기소의 분리까지는 정치적 결정이 이뤄졌는데, 그걸 어디에다 맡길 건가. 경찰은 믿을 만하냐”고 했다. 검찰청 폐지에 따라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되며 경찰 권력이 비대화되는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또 “구더기가 싫어도 장은 먹어야 한다. 구더기 안 생기게 악착같이 막아야지 ‘장독을 없애자’ 이러면 안 되지 않냐”며 “여야, 피해자, 검찰 의견을 다 들어보고 논쟁을 통해 문제를 다 제거하자. 아주 세밀한 검토와 논쟁을 통해 이 문제를 다 제거할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면 직접수사로 활용할 수 있어 허용해선 안 된다는 여권 강경파의 주장에 선을 긋는 동시에 검찰개혁을 하더라도 형사사법 체계에 빈틈이 생겨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 등 사법 통제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경찰은 검찰에 비해 인력이 수십 배 많고, 국민 삶과 밀접하며 직접 무기도 다루는 조직”이라며 “경찰 권력 비대화가 가져올 위험이 검찰권에 비해 더 큰 만큼 현장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후속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개혁#검찰청 폐지#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보완수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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