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투자결정 잘못해 감옥에, 외국선 상상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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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직접 주재
‘툭하면 배임죄 적용’ 문제 꼬집어
“거미줄 규제 확 걷어내는게 목표”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제1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제1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열고 “대한민국은 지나치게 처벌 중심적이며 불합리하고 쓸데없는 규제도 꽤 있다”며 “이번에 대대적으로 바꿔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2시간 넘게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금 규제를 보면 이해관계자들 간 입장이 충돌하는 규제도 많고,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해결되지 않은 규제도 많은 것 같다”며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규제를 확 걷어내자는 게 이번 정부의 목표”라고도 했다.

또 배임죄 문제를 거론하면서 “기업인이 한국에서는 투자 결정을 잘못하면 배임죄로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얘기들을 한다. (외국 기업인들에게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판단과 결정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인데 이러면 위험해서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기업인들의 일상생활을 괴롭히는 건 ‘툭하면 배임죄’(라며 문제를 삼는 것)”라며 “‘시장, 너 5000억 원밖에 못 벌었다. 7000억 원 벌 수 있었는데 왜 안 벌었냐’라며 배임죄(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경기 성남시장 재직 시 이른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검찰 공소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신 이 대통령은 형사 처벌이 아닌 경제적 부담을 기업에 지우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 사고를 봐도 (재판에) 몇 년씩 걸리고 해 봤자 실무자들 잠깐 구속됐다가 석방되고 별로 효과가 없다”며 “최근 미국 등 선진국은 엄청난 과징금을 때리는 쪽으로 간다. 기업에도 훨씬 큰 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토론을 들으며 “이익을 나누거나 책임을 어떻게 할지 정하는 건 나중 일이다. 그걸 따져서 완벽한 상태로 하려고 하면 버스가 다 지나고 난 다음이 될 것”이라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또 “대대적인 규제 혁신에 새로운 성장의 길이 있다”며 “규제 개혁을 위한 규제 합리화 위원회를 대통령실 직속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얼마 전 미국에서 ‘한국 사람들 비자 심사나 출입국 심사할 때 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는지 자료를 내라’고 요구했다더라”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전과자가 너무 많다. 민방위기본법 등 벌금 5만, 10만 원을 내고 기록은 평생 가는 (처벌 규정이) 너무 많다”며 “이걸 저쪽(다른 나라)에서 보면 엄청난 범죄자로 생각하지 않겠나. 이게 우리나라가 해온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도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는 등 기업인들의 노력이 현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술 경쟁 격화 속에도 여러분의 노력으로 잘 견디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마음에 안 드는 분도 있겠지만 입법부와 행정부가 제대로 판단하고 집행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을 갖춘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제도나 정책 결정은 수요자 중심으로 해야 하는데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수십 년간 일을 하다가 보면 관성에 빠져서 공급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제가 직접 주재하는 규제개혁 회의를 몇 차례 진행하며 강력히 추진해볼 생각이다. 필요하면 법제화 조치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거미줄 규제#배임죄#이재명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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