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4]
재차 사과하면서도 “혐오 발언 아냐… 이재명 아들 글 정제-순화해도 한계”
민주 “원본과 다른 글로 창작한 것”… 국힘 “이재명 온 가족이 범죄 혐의자”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이준석 후보의 ‘젓가락 발언’을 둘러싸고 29일 충돌했다. 민주당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혐오와 편견의 늪에 뛰어든 퍼스트 펭귄―이준석 망언집’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준석 후보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제가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장남 동호 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올린 글의 순화된 버전”이라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6·3 대선을 앞두고 TV토론에서 나온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의 ‘젓가락 발언’을 두고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29일 재차 사과하면서도 “수위를 넘는 음담패설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아들이 한 내용이 확인됐다”며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의혹 제기에 나섰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후보 온 가족이 범죄 혐의자”라며 공세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이준석 후보가 원본 글과 다른 내용으로 창작한 것”이라며 “이준석 후보의 여성 혐오가 드러난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이준석 후보가 문제를 제기한 댓글에 대해서도 “이재명 후보 아들이 썼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여성 혐오를 부추긴 원색적인 표현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선거 막판 표심을 흔들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이준석 “후보 검증” vs 민주당 “의도적 편집”
이준석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워낙 심한 음담패설이라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이준석 후보는 “대통령 후보자 가족에 대한 검증은 사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임의 연장선”이라며 이재명 후보 장남을 겨냥한 의혹 제기를 본격화했다. 이준석 후보는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도박 사이트에 성적 묘사를 담은 음란한 내용의 댓글을 작성했다는 혐의 등으로 이재명 후보 장남이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 받았다는 내용의 공소장을 올리기도 했다.
이준석 후보는 “제가 창작한 것이 아니라 동호 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올린 글의 순화된 버전”이라며 “제가 (토론에서) 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느냐. 성범죄자로 지탄 받아야 할 이는 누구냐”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전날 정치 분야 마지막 TV토론 중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어떤 사람이 여성의 XX나 이런 곳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하면 여성 혐오냐”라고 물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공소장에 적시된 글은) 여성에 대한 표현이 아닌데 (이준석 후보가) 여성 혐오와 관련된 질문을 하기 위해 성(性)을 바꿨다”며 “남성과 여성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해당 댓글을 달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남성 대상이라도 매우 부적절한 음담패설”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도 2013년 이준석 후보의 성상납 의혹을 다시 꺼내 들고 과거 “여성의 투표 의향이 떨어진다” 등의 발언이 포함된 ‘이준석 후보 망언집’을 내고 공세를 폈다.
● 고발·진정 이어져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아들까지 벌금 500만 원. ‘이재명=범죄가족 우두머리’ 인증!”이라고 올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족 도덕성 문제가 이재명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준석 후보가 ‘젓가락 발언’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이날 “그런 표현이 토론장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라며 “이준석 후보는 달을 가리키면서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봐라’는 것이었지만 그 달을 가리키는데 집게손가락이 아닌 (욕설인)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워서 달을 보라고 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이준석 후보의 발언과 관련해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진정이 35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이준석 후보에 이어 김 후보 측에 대한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성과 2030세대에서 이준석 후보의 일부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이준석 후보의 정치적 미래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갈라치기’라든지 이준석 후보의 정치 지향점에 의구심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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