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박찬대 당대표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7.20/뉴스1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직 사퇴가 8·2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 내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당 대표를 놓고 경쟁 중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과 박찬대 의원(가나다 순)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면서다. 두 후보의 서로 다른 결단이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 전당대회 초반 열세에 몰린 朴의 승부수?
23일 강 의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 17분 전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당권 주자가 동료 의원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동료 의원이자 내란의 밤 사선을 함께 넘었던 동지로서 아프지만, 누군가는 말해야 하기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박 의원의 촉구 이후 강 의원이 사퇴하자 정치권에서는 그가 대통령실로부터 무슨 언질을 받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국회에 강 의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면서 임명 강행 절차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많았던 탓이다.
사실 관계를 따지면 강 의원은 사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1시간여 전인 23일 오후 2시 반경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다. 강 비서실장은 이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강 의원이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히고 난 이후에 박 의원이 자진 사퇴를 촉구한 셈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박 의원이 대통령실로부터 강 의원 사퇴 사실을 직접 전달 받은 것은 아닐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퇴 의사를 이미 밝힌 동료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탓이다. 다만 급격하게 ‘강 의원 사퇴 불가피’ 쪽으로 기울었던 여권 내 기류를 잘 파악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 “박수 못 보내” vs “여러 사람 살렸다”
박 의원의 이같은 행보는 정 의원과 비교된다. 정 의원은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인 17일 한 방송에서 “비가 올 때는 같이 비를 맞아 주는 것”이라며 “기쁠 때는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는 같이 슬퍼하는 게 동지적 의리”라고 강 의원을 엄호했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의 선택이 전당대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민주당 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더욱이 그는 선거 초반 열세에 몰려 있다. 19, 20일 치러진 충청·영남권 지역순회 경선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 의원에게 잇따라 약 25%포인트 뒤지며 경선 초반 승기를 내준 상황이다.
당장은 박 의원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열세에 놓인 박 의원 입장에서는 국민 여론조사와 대의원 투표 등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해 어떻게든 존재감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권리당원 투표 55%, 국민 여론조사 30%, 대의원 투표 15% 등 비율로 당 대표를 선출한다.
다만 승부수가 통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투표 비중상 당원들의 표심이 중요한 선거인만큼 어떤 평가가 나올 지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각종 일반 여론조사에서 강 의원을 반대했던 수치가 그대로 박 의원 표로 흡수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당원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박 의원의 강 의원 사퇴 관련 페이스북 글에 스스로 당원이라고 밝힌 사람들이 남긴 댓글을 살펴보면 더욱 극명하다.
박 의원의 선택을 지지하는 당원들은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여러 사람 살렸다” “대통령을 위해 과감하게 총대를 멘 것” “화살을 대신 맞아줬다” 등의 글을 남겼다. 반면 그의 선택에 반대하는 당원들은 “박 의원에게 박수를 보내지 못하겠다” “이제와서 뭐하는 것인가” “이 건으로 최소한 민주당 대표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 등의 목소리를 남겼다.
● “인간 강선우 위로” vs “보좌진도 동지”
박 의원이 던진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이 전날 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심(明心)은 국민들에게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정 의원 측과 신경전을 벌이면서다. 또 ‘동지’의 경계를 두고도 양 측은 각을 세웠다.
정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한번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비를 함께 맞아 주는 것”이라며 “인간 강선우를 인간적으로 위로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다친 마음을 위로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박 의원 측 노종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림자로 일하며 의원을 보좌하는 이들, 계엄 당일 의원보다 먼저 달려와 의원이 담을 넘을 수 있게 동분서주하고 계엄군을 몸으로 막아냈던 이들 역시 동지”라고 맞섰다. 그는 “그림자로 살아온 보좌진, 그들도 동지라는 생각이 뜨겁게 꿈틀대지 않았을까 짐작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