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안 투표를 마친 뒤 국회 본청을 나가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차명 주식 거래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소속 4선 의원인 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62·전북 익산갑)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진 명의의 차명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5일 불거졌다. 경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하는 등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이 위원장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보좌진 명의 주식계좌 화면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확인하고 있는 보좌진 차모 씨 명의의 주식계좌 화면. 민주당이 5일 이 의원의 차명 주식 거래 의혹에 대해 긴급 진상조사에 나서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하자 이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더팩트 제공이 위원장은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보좌관 차모 씨 명의의 증권 계좌로 주식 거래를 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계좌에는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 CNS 420주 등 약 1억 원 상당의 주식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재산 공개에서 보유한 주식이 없다고 신고한 바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이 위원장은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서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휴대전화가 보좌진 것이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차 씨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한 정황이 언론에 포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짓 해명 의혹까지 제기됐다.
결국 이 위원장은 이날 밤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겠다”며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권향엽 대변인을 통해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150주-LG CNS 420주… “AI정책 담당 이춘석, AI株 거래”
이춘석, 보좌진 명의 주식거래 카카오페이도 537주… 총 1억 상당 “국정위 AI 담당… 이해충돌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4선·전북 익산갑)이 보좌진 명의의 차명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5일 불거지면서 정치권에선 이제 막 닻을 올린 ‘정청래호(號)’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 직후 “검찰·언론·사법개혁은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예고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진화에 나서자 이 위원장은 탈당과 함께 법사위원장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급한 불을 끈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다른 의원으로 대체해 입법 동력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이 위원장을 형사고발하기로 하는 등 총공세에 나설 방침이라 여야 대치는 더 격화될 전망이다.
● 주식 ‘0원’ 신고한 李, 지난해도 차명 거래 의혹
이 의원이 4일 국회 본회의 중 휴대전화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 채널A 화면 캡처한 온라인 매체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촬영한 이 위원장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총 1억 원 상당의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 CNS 420주가 담긴 보좌관 차모 씨 명의의 증권 계좌가 있었다. 3개 주식의 주가(5일 종가 기준)는 각각 6만1800원, 23만2000원, 7만300원이다. 카카오페이와 LG CNS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로 꼽힌다. 이 위원장은 본회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네이버 주식을 5주 단위로 반복 거래하며 실시간으로 정정 주문을 하는 모습도 사진에 찍혔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올 3월 공개한 이 위원장의 재산은 부동산과 차량, 현금, 예금 등 총 4억7427만 원으로 본인은 물론이고 배우자와 장남이 소유한 주식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 취득한 주식은 내년에 공개된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정 대표가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하자 이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서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으며 향후 당의 진상조사 등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본회의장을 나오며 휴대전화가 보좌관 것인지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동아일보는 차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중에도 차 씨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하다 포착된 장면이 공개되면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이라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왔다. 결국 이 위원장은 이날 밤 “깊이 사죄드린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제 잘못”이라며 “신임 당 지도부와 당에 더 이상 부담드릴 수는 없다고 판단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권향엽 대변인은 “정 대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고,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며 “본인이 자진 탈당을 하면 더 이상 당내 조사나 징계 등을 할 수 없는 만큼 의혹에 대한 진상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도 말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입장도 권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 野 “李, 상습범 아닌지 의심스러워”
국민의힘은 “차명 주식 거래는 명백한 법령 위반”이라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및 형사고발 방침을 밝혔다. 금융실명법상 차명 거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또 상대가 ‘탈법행위’를 하려 한 점을 알고 계좌를 빌려줬을 경우에는 방조범으로 처벌받는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법치주의 선도자가 돼야 할 법사위원장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이 위원장을 즉시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고 형사고발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찍힌 사진을 언급하며 “상습범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금융실명법 위반, 재산등록 누락, 공직윤리 위반이 겹친 중대한 사안”이라며 “국회 전체의 권위와 윤리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성토했다.
● 국정기획위서 AI 담당… 이해충돌 가능성도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이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 분야 등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장을 맡은 만큼 이해충돌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당권 주자인 주진우 의원은 “K-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에 네이버와 LG CNS가 포함돼 있다.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했다는 유력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이재명 정부 AI 정책을 직접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AI 종목 주식을 차명 거래한 것”이라며 “사진에 찍힌 종목들은 민주당 정권 AI 정책과 직결되는 종목들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총 15개 팀이 참여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네이버와 LG CNS가 참여한 LG AI연구원 컨소시엄 등 5개 팀을 지원 대상으로 4일 확정한 바 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은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모두의 AI’를 뒷받침하는 사업이다.
한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고발장을 접수해 이 위원장을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차 씨는 방조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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