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당내 민주주의 무너졌다… 말 안되는 방식으로 후보 뽑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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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선대위 해단식서 국힘 작심 비판
정성국, 권성동에 “이제는 떠날때”
權 “어렵고 힘들땐 민주당 배워야”
친한-친윤, 서로 패배 책임 전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오른쪽)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오른쪽)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의 원인을 두고 책임지려는 모습보다 저마다 남을 탓하는 원인을 내놓으면서 내홍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문수 대선 후보는 4일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며 당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는 서로를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하며 책임론 공방을 벌였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대선 패배 요인에 대해 “우리 당이 계엄을 했던 대통령을 뽑았고, 대통령의 뜻이 당에 많이 일방적으로 관철된 데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며 “정치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수단이 중요한데, (대통령이) 매우 적절치 않은 수단을 쓰는 데 그걸 제어하는 힘이 우리 내부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계엄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나타났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과 이를 전후해 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제어하지 못한 것을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김 후보는 “어떤 사람을 당 대표로 뽑느냐, 공직 후보로 뽑느냐, 민주주의가 완전히 사라졌다. 삼척동자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공직 후보를 뽑지 않았냐”며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3년 김기현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한 과정과 같은 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옹립하는 과정, 이번 대선 후보 결정 과정에서 한덕수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 논란 등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해단식에서도 친윤계와 친한계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한계인 조경태 공동선대위원장은 “결정적인 것은 보수의 분열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과거 당에서) 쫓겨나지 않았으면 이런 어려운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제가 의총장에서 발언하면 자기들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발언을 멈추게 하는 반민주주의적 모습들이 보수 분열 행태로 나타났다”고 했다. 친윤계인 권성동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말로만 ‘분열, 분열’ 하지 말고, 정말 어렵고 힘들 땐 민주당을 배워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도덕적 결함, 법적 리스크가 많은데도 당선시키기 위해 잡음 하나 없이 뛰는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5일 예정된 의총에서도 대선 패배의 원인 진단과 지도부 사퇴와 당내 분열상 해결 등 해결책을 두고 격론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의총에서 친한계가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국민들이 불법 계엄과 불법 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기득권 정치인들만을 위한 지긋지긋한 구태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은 권 원내대표를 향해 “고민하지 않으셔도 된다. 정답은 명확하다. 이제는 정말 떠날 때다. 오늘을 넘기지 말라”고 압박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선거 패배에 대해 “우리 안의 혼란과 분열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해체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김문수#민주주의#대선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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