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전략적 소통 강화” 관계개선 나서
사드 배치뒤 관계 악화 10년만에… 시진핑 “협력” 9차례 공개 언급
경제 협력-민간교류 등 4가지 제안… “모순-의견차 잘 처리” 안보엔 온도차
北 “비핵화는 개꿈” 한중논의 반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날 시 주석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중한(한중)은 이사 갈 수 없는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고 했고, 이 대통령은 “현재 한중 간 경제 협력 구조가 수직적 분업 구조에서 수평적인 협력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의 호혜적인 구조로 더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경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일 첫 정상회담은 부침을 거듭하던 한중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전략적 소통 강화를 제안하며 “차이점 속에 공통점을 찾고 협력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막고 경제·안보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고위급 소통 체계를 다시 구축하자는 것. 하지만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나 북한 비핵화 문제 등 중요 안보 현안에 대해선 뚜렷한 온도차가 감지된 만큼 언제든 한중 관계를 다시 냉각시키는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4대 제안’ 내놓은 習, 협력 9번 강조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전략적 소통 강화 △상호 이익 협력 심화 △국민 감정 개선과 민간 교류 증진 △다자협력을 통한 평화 발전 등을 제안했다. 시 주석은 회담 공개발언에서 9차례에 걸쳐 협력을 강조했다. 한중 갈등 이슈를 부각하는 대신 경제·민생 분야에서 가시적인 협력으로 관계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시 주석이 전략 소통을 강조한 것은 고위급 소통채널을 복원해 미국의 대중국 경제·군사적 견제 동참 등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서로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배려하며, 우호적 협의를 통해 모순과 의견 차이를 적절히 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안보 현안과 관련된 양측의 이견이 여전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시 주석이 한중 관계와 관련해 모순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게 마지막이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의 방중도 요청했다. 한국 정상의 방중은 2017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끊겼다. 시 주석은 또 최근 한국에서 잇따른 반중 집회를 염두에 둔 듯 “여론과 민의에 대한 인도를 강화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확산하며 부정적 동향을 억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방한 결과에 대해 “현재 중한 관계 개선과 호조세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므로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 習 핵추진 잠수함에 “유의한다”, 비핵화 언급 안 해
이날 회담에선 핵추진 잠수함과 북한 비핵화 등 안보 현안들도 의제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정부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추진에 대해 핵무기를 장착하지 않은 재래식 기반 잠수함이고, 이는 방어적 목적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유의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가 “비확산 의무를 다하길 희망한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핵추진 잠수함 문제가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된 것.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이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비핵화 3단계 구상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지역 평화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불어넣을 용의가 있다”면서도 ‘한반도’나 ‘북한’ ‘비핵화’ 등의 표현은 쓰지 않았다. 중국 측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 상황이 많이 변했다. 북핵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설명했다.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비핵화 의제가 다뤄질 것이란 한국 측의 발표가 나오자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한국이) 백번 천번 만번 비핵화 타령을 늘어놓아도 실현할 수 없는 ‘개꿈’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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