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립니다. 국회가 정부 정책이나 예산 집행 등을 감사하는 국정감사는 입법 행정 사법이 서로 견제토록 한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구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국정감사를 ‘1년 농사’라 일컬으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임하는 이유입니다. 여의도 현장을 구석구석 누비고 있는 동아일보 정치부 정당팀 기자들이 국감의 속살을 가감없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KT는 18일 오후 11시 57분 서버 침해 흔적 4건과 의심 정황 2건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19일 서울 KT 광화문빌딩 모습. 뉴스1
KT 해킹 사태의 파장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다음 달 시작될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도 여야의 집중 타깃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야당은 KT 측이 대규모 해킹 사건을 무단 소액결제 피해 사고로 축소하기 위해 허위 주장을 반복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23일 KT가 대규모 침해사고를 단순 소액결제 피해 사건으로 축소하는 등 총 11차례에 걸쳐 거짓 해명과 말 바꾸기를 반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최 의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KT의 무단 소액결제 사건 조사 과정에서 추가 해킹과 정보 유출까지 확인되면서 소액결제 피해자도 당초 278명에서 362명으로 늘었습니다. 불법 초소형 기지국이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피해액도 1억 7000만 원에서 2억 4000만 원으로 늘어났고. 피해 지역도 서울 서남권에서 서울 서초구, 동작구,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까지 확대됐습니다. 특히 가입자식별번호(IMSI), 단말기고유식별번호(IMEI), 휴대전화 번호 등 고객 개인정보 유출 정황 역시 발견됐습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대변인. 뉴스1
최 의원이 지적하는 문제는 KT가 사건 초기 침해 정황 자체를 부인했다는 것입니다. KT는 당초 “불법 소형 기지국 해킹은 인정하지만 서버 침해는 없다”고 해명했으나 결국 서버 침해까지 확인되고 있습니다. KT는 이달 15일 서버 침해 사실을 이미 인지했지만, 18일 언론 브리핑에선 서버 침해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저녁 서버 침해 사고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결국 늑장 신고와 일관성 없는 대응으로 국민과 당국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 의원실은 “KT의 발표와 해명이 축소, 은폐되었거나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KT가 18일 제출한 침해사고 신고서에 따르면 서버에 악성코드가 설치돼 민감정보가 탈취된 흔적과 데이터가 원래 서버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이동된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복제폰 생성은 불가능하다’는 KT의 기존 주장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최 의원실의 지적입니다. 복제폰 생성에는 IMSI, IMEI뿐만 아니라 인증키 값이 필요한데, 서버 침해가 확인되면서 인증키 유출에 의한 복제폰 생성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KT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의 신호를 수신한 것으로 확인된 고객 2만 명에 한해서만 SMS 고지와 유심 교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 의원은 전 고객 대상으로 이용자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의원은 “서버 침해로 인한 대규모 정보 유출 가능성이 확인된 이상 2만 명이 아닌 전 고객 대상 SMS 고지와 유심 교체를 검토해야 한다”며 “반복적으로 해킹 사실을 은폐·축소하고 있는 KT의 총체적인 사고 규모와 원인, 해법 등이 불명확해 KT 신규 가입자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KT의 부실 대응은 일벌백계하고,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KT 해킹 사태 등과 관련해 집중 질의를 이어나갈 방침입니다.
국회 과기정통위는 24일 KT 해킹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김영섭 KT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고 합니다. 사건의 전말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충분한 대응책과 보상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KT가 응답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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