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한국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차량에 탑재됐던 무인기와 동일한 기종이라고 밝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드론작전사령부(이하 드론사)가 상급 부대인 합동참모본부 지휘를 받아 지난해 10월과 11월 최소 6차례에 걸쳐 무인기 최소 10여 대를 북한에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작전 실행 4개월 전인 지난해 6월부터는 당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이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수시로 전화해 북한 오물풍선 대응책을 물은 사실도 알려졌다.
● 약 40일간 최소 6차례 무인기 10여 대 투입 작전
16일 지난해 10~11월 드론사가 실행한 평양 등으로의 무인기 투입 작전(‘북 오물풍선 대응 작전’)과 관련한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군 관계자 이야기를 종합하면 드론사가 북한에 처음 무인기를 보낸 건 지난해 10월 3일이었다. 김 사령관은 3일 당일 이승오 합참작전본부장에게서 작전 실행 지시를 받고 드론사 예하 대대 무인기 4대를 북한에 투입했다. 해당 지시는 김명수 합참의장→이 작전본부장→김 사령관→예하 대대로 이어지는 지휘계통을 거쳤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1일 밤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은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상공에 침범시켰다”면서 크게 반발했는데, 해당 날짜는 드론사가 실제로 평양 등에 무인기를 투입한 날짜와 일치했다. 무인기 투입 작전을 실행한 부대는 드론사 예하 3개 대대로 백령도, 경기 연천, 강원 속초에 있는 대대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10월에 3차례, 한 번에 2대 혹은 4대를 투입했다”며 “11월에도 중순까지 한 번에 1대나 2대를 투입했는데 총 3~4차례였다”고 전했다. 종합하면 10월 3일~11월 중순 최소 6차례에 걸쳐 무인기 최소 10여 대를 북한에 투입한 것이 된다. 당시 무인기를 활용해 대북전단을 살포하려 했던 지역은 북한 정권의 실상을 담은 전단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인구 밀집 지역이었는데, 여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저 등이 있는 평양 중심부와 신포, 남포 군사기지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 “北 오물풍선 도발 선 넘어 南도 비례적 대응”
우리 군의 무인기 투입 작전이 집중적으로 실시된 지난해 10월과 11월은 북한이 하루 두 번씩 오물풍선 도발을 감행하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삐라’가 대통령실 앞마당까지 떨어지는 등 도발 수위가 절정에 달했던 때였다. 김 사령관 측은 동아일보에 “오물풍선이 터지며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국민 재산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임에도 대응 군사작전을 하지 않는 건 오히려 직무유기”라며 “드론사 창설 근거인 드론작전사령부령에는 그 임무를 ‘드론 전력을 활용한 적, 즉 북한에 대한 심리전 등의 군사작전’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임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정식 지휘계통인 김명수 합참의장을 넘어선 최고위급에서 해당 작전을 두고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김 사령관도 알 방법이 없다”고도 말했다.
● 김용현, 드론작전사령관에 전화해 오물풍선 대책 논의
무인기 투입 작전이 실행되기 약 4개월 전인 지난해 6월엔 당시 김용현 경호처장이 김 사령관에게 비화폰으로 전화해 오물풍선 도발 대응책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5월 28일 첫 풍선 도발에 나선 뒤 지난해 11월 28일까지 풍선 부양을 이어갔다. 김 처장은 당시 통화에서 오물풍선 대응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고민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이 과거 육군 사단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인근 부대에서 근무해 김 처장과 인연이 있던 김 사령관은 해당 전화에 “드론사도 부대 보유 소형 정찰 무인기를 대북전단 장착이 가능하도록 개조하고 비행 훈련을 하는 등 오물풍선 대응을 위한 ‘전투실험’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은 ‘전투실험’ 관련 보고를 비슷한 시기 합참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엔 김 처장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헬기로 오물풍선 격추 작전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물었다고 한다. 당시는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군이 오물풍선에 무대응하며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이어가던 때였다. 헬기에서의 기관총 사격을 통한 격추 등 보다 적극적인 군사 작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던 때였다. 김 사령관은 이에 “적재물이 든 풍선이 낙하하면 민간 피해 등 위험성이 매우 커 헬기 작전은 곤란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은 국방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지난해 10월 11일 북한이 우리 군의 무인기 투입 사실을 공개한 직후 다시 김 사령관에게 전화해 “부대원들을 많이 격려하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 측은 “당시 김 장관 의도가 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한 북한 도발 유도였다면 김 사령관은 이 작전을 실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물풍선에 맞선 비례적 대응 성격이 분명해 합참 지시를 받아 명령을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이 당시 김 사령관에게 직접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거나 작전에 성공하자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김 사령관은 당시 윤 대통령과 통화하거나 만난 적도, 윤 대통령 반응을 전달받은 바도 없다”고도 반박했다.
● 김용대 드론사령관 유서 작성…“신변에 이상 없어”
한편 내란 특검이 경기 포천 드론사와 사령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 한 가운데 15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김 사령관 PC에 그가 일주일 전쯤 작성한 유서가 저장돼 있던 사실이 알려졌다. 유서에는 “나는 이념을 떠나 국민과 국가를 위해 살아왔고, 국민을 위해 무인기 투입 작전을 건의했다. 억울하다. 군인으로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은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 측은 관련 질의에 “해당 PC에 유서가 있는 건 맞지만 현재 김 사령관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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