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5.7.14/뉴스1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 사퇴했다.
강 후보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이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잘 해 보고 싶었다”며 “그러나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저로 인해 마음 아프셨을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저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님께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함께 비를 맞아줬던 사랑하는 우리 민주당에게도 제가 큰 부담을 지어드렸다”고 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진심 한 켠 내어 응원해 주시고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 마음, 귀하게 간직하겠다”며 “큰 채찍 감사히 받아들여 성찰하며 살아가겠다. 죄송했다”고 적었다.
강 후보자는 자택의 비데 수리를 지시하고, 쓰레기 분리배출을 요구하는 등 보좌진에게 각종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14일 인사청문회에서 쓰레기 처리 지시 의혹에 대해 “먹으려던 음식을 차에 남겨 놓고 내린 건 제 잘못”이라고 했고, 자택 변기 수리 지시 의혹에는 “화장실 비데 노즐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조언을 구하고 (조치를) 부탁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야당은 강 후보자의 사퇴를 강력 촉구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1일 “국민의 상식에 맞서 싸우겠다는 선전 포고”라며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서 싸우는 오기 인사는 정권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강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21일 “직장 내 약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그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은 공직자로서의 자격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22일 국회에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24일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재송부 시한을 이틀 뒤로 잡은 만큼 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21일 CBS 라디오에서 “결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9일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강 후보자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는 강 후보자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22일 CBS 라디오에서 “보좌진과 의원은 직장이라기보단 동지적 관점, 식구 같은 개념이 있다”며 “너무 가까운 사이이다 보니 의원들도 가끔 사적 심부름을 아무 거리낌 없이 시키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게 동지적 의리”라며 강 후보자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날 정 후보와 당권을 두고 경합 중인 박찬대 후보는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박 후보는 페이스북에 “동료 의원이자 내란의 밤 사선을 함께 넘었던 동지로서 아프지만 누군가는 말해야 하기에 나선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해야 한다. 강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박 후보의 입장이 나온 지 약 17분 뒤 강 후보자는 사퇴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이후 박 후보는 “결단을 내려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정 후보도 “안타깝다. 강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텐데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조속히 찾겠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 후보자가 오늘 오후 2시 30분경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고, 강 비서실장이 이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후보자는 대통령실에 자진 사퇴 의사를 알린지 1시간 가량 이후 페이스북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의사를 보고 받은 이 대통령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 중 낙마한 사례는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강 후보자가 두 번째다.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강 대변인은 “인사검증 절차를 꼼꼼히 진행하고 있지만 조금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찾기 위해 철저히 노력할 것”이라며 “국민 여론에 맞게 신중하게 인사검증 절차에 엄정함을 갖추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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