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의 건 투표를 하기 위해 기표소를 나서고 있다. 2025.08.05. 뉴시스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 차명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변명의 여지없이 제 잘못”이라며 자진 탈당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 관련 보도가 알려진 뒤 약 8시간 반 만이다.
5일 오후 민주당 권향엽 대변인은 “오늘 오후 8시경 이 의원이 정청래 당대표에게 전화로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자진탈당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11시 40분 경 차명 거래 논란이 보도된 지 8시간 20여 분 만이다.
권 대변인은 “오늘 이 의원 관련 의혹 보도 직후, 정청래 당대표는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하였고, 당내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며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어떠한 불법거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처럼, 정청래 당대표도 조사결과에 따라 엄정조치 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이어 “정 대표는 이 의원 본인이 자진 탈당을 하면 더 이상 당내 조사나 징계 등을 할 수 없는 만큼, 의혹에 대한 진상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도 말했다”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했다.
이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며 “저로 인한 기사들로 분노하고 불편하게 해 드린 점 깊이 사죄한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제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로 인한 비판과 질타는 오롯이 제가 받겠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타인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고 있다. 이 의원의 휴대전화 속 주식 계좌의 주인은 차ㅇㅇ으로 이 의원을 국회 사무총장때부터 보좌해온 인물이다. 현재 이춘석 의원실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더 팩트 제공앞서 이날 오전 한 매체는 전날(4일) 이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주식 거래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보도했다.
사진에 담긴 앱 화면에는 총 1억 원 상당의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 CNS 420주가 담긴 증권 계좌가 보였다.
그런데 이 계좌의 소유자 이름은 이 의원이 아니라 그의 보좌관 차모 씨였다.
올 3월 공직자윤리시스템에 공개된 이 의원의 재산공개 현황에는 이 의원을 비롯해 그의 가족은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나와있다. 그런데 이 의원이 보좌관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하는 장면이 보도되자 논란이 커졌다.
논란 직후 이 의원은 입장문에서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서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휴대전화는 자기 것이 아닌 보좌관의 것이라고 했다.
보좌관은 이 의원이 실수로 자기 휴대전화를 들고 갔으며 주식 창을 잠시 열어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해명이 알려지자 “주식 거래를 하려면 비밀번호도 알아야 하는데 실수로 어떻게 비밀번호까지 치고 들어가 거래를하느냐”, “보좌관과 핸드폰 기종이 똑같나. 어떻게 남의 휴대폰을 자기 것으로 오해해 가져가고 그걸 열어보기까지 하느냐”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이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금융실명법, 공직자윤리법 등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 역시 당내 윤리위원회에 이 의원에 대한 긴급 조사를 지시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불공정 거래 척결 의지를 밝혔는데, 정작 여당 4선 의원이 주식 차명 거래 의혹에 휩싸이자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걸로 보인다.
이후 경찰도 이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파장은 더 확대됐다.
결국 이 의원은 오후 8시 정 대표에게 탈당 및 법사위원장 사임 의사를 전달했고, 민주당은 오후 9시 20분경 이를 공지했다.
이 의원의 차명 거래 여부는 향후 경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실수’로 차명 거래를 했다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이 의원이 내놨던 점 등에서 비판의 여지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의원의 탈당 소식에 “쇼하지 마라. 민형배 의원은 탈당했다가 복당해서 요직을 맡고 있다”며 “양이원영 의원도 농지법위반 혐의로 제명됐다가 복당했다. 김남국 전 의원은 코인 의혹으로 탈당했다가 우회 입당하고, 대통령실 근무 중”이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국민 회초리 피하려는 꼼수”라며 “법사위원장 직부터 야당에게 넘겨 민주당도 견제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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