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트럼프, 한미 정상회담 시작…“훌륭한 회담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6일 0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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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한국 시간 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났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83일 만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낮 12시 32분경(한국시간 오전 1시 32분경) 이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백악관으로 들어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good), 훌륭한(great)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말하며 이 대통령 어깨에 손을 잠깐 올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두 정상은 현지시간 낮 12시 43분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30분간 양자 회담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6월 6일 트럼프 대통령과 한 차례 통화한 바 있으나,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자회담은 회담 과정을 모두 언론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 정상의 모두발언에 이어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이 이뤄질 예정이다. 낮 1시 17분부터는 백악관 캐비닛룸으로 장소를 옮겨 오찬을 겸한 비공개 실무 회담을 이어간다.

우리 정부에서는 이례적으로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대통령실 ‘3실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모두 방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도 사절단으로 미국을 찾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합의한 관세 협상 후속 조치 및 국방비 지출 확대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간 안보, 통상 및 경제협력 의제가 두루 다뤄질 전망이다. 미국 측이 한미동맹 현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국방비 인상,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확대, 북핵 대응 등 안보 현안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및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지난달 30일 타결한 관세 협상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와 조선업 협력을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대미 투자 확대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아직 대미(對美) 투자펀드와 농축산물 개방을 두고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협상 당시 합의한 약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에 대해 한국의 직접 투자액을 늘리라고 강하게 압박하는 동시에 세부 이행 계획 등을 요구했다.

또 관세 협상 합의 결과를 두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됐던 미국산 쌀 수입 확대 및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 농축산물 시장에 대해서도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일본 도쿄에서 출발해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대통령 공군 1호기에서 관세 협상과 관련해 “일단 합의를 그렇게 쉽게 뒤집거나 바꾸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지금도 관세 협상 결과가 대한민국에 유리하게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미국 측 시각이 분명히 있고, 좀 바꾸자는 요구도 미국의 각 부처 단위로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기본적 입장은 그런 문제도 다 당시 함께 다 논의된 것이고 이미 큰 합의를,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고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상호 승인해서 그 내용들이 정해졌는데 또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저희가 쉽게 ‘바꾸자니까 바꾸겠습니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과할 만큼 국가 중심, 자국 중심 시점이어서 우리 역시도 대한민국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과거보다 몇 배 더 노력 필요한 거 같다.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도 하나의 주권 국가이고, 주권 국가에서 우리 주권자들,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진 못할지라도 최소한 실망하게 해드리진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도 그리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억지력 강화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 등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대통령은 안보 분야 의제에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도 포함돼 있다며 “(주한미군) 유연화에 대한 요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이어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 그런 얘기는 우리 입장에서 필요하다”면서도 “쓰는 단어들이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그런 것들은 조정하는 것도 협상이기 때문에 (논의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생각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한미 간 이상기류가 흘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약 3시간 앞둔 시점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WHAT IS GOING ON IN SOUTH KOREA? Seems like a Purge or Revolution)”는 글을 올렸다. 이어 “우리는 이런 상황에는 거기서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오늘 백악관에서 (한국의) 새 대통령과 만난다. 이 일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밝힌 첫 발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행정명령 서명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게시글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 새 정부가 잔혹하게 교회를 압수수색했다고 들었다. 심지어 우리 군 기지(미군기지)에 들어가서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고 들었다”며 “아마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지만, 나쁜 소식을 들었다. 알아보겠다. 몇시간 내 (한국의) 새 대통령이 온다”며 “그를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일들을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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