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트럼프는 피스메이커, 나는 페이스메이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6일 02시 02분


코멘트

李 “트럼프 재임때 남북관계 안정적…평화 만들어달라”
트럼프 “김정은과 친분 두터워…올해 만나기를 바래”
주한미군 땅 ‘임대 아닌 소유’ 요청할 수 있다고 언급도
특검의 전방위 압수수색 관련해 “사실이라면 유감”
李 “미군 조사 아니고 부대안 한국군 확인한 것” 해명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한국 시간 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83일 만(한국 시간 기준)에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를 한다면 나는 ‘페이스 메이커’를 하겠다”며 한미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현관으로 나와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차에서 내린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들어가면서 “훌륭한(great)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말하며 이 대통령 어깨에 손을 잠깐 올리기도 했다.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열린 양자 회담은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 진행됐다. 회담 모든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李 대통령 “트럼프는 피스 메이커, 나는 페이스 메이커”

이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를 지키는 역할을 넘어 새롭게 평화를 만드는 피스 메이커 역할이 눈에 띈다”며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서의 많은 전쟁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로 휴전하고 평화가 찾아왔다. 세계 지도자 중 대통령님처럼 세계 평화에 관심 갖고 실제로 성과를 낸 것은 처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반도도 평화를 만들어주셔서 김정은도 만나시고 북한에도 ‘트럼프월드’를 지어서 골프도 치게 해주시길 바란다”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이 성장해왔고 군사, 경제, 과학기술 분야까지 확장해서 미래형으로 발전시켰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저는 두터운 관계를 가져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취임 후 두 번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대통령이 됐으면 재앙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남북관계에 이재명 대통령도 적극적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함께 노력한다면 뭔가 진전 있을 수도 있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때 북한과 한반도 관계가 안정적이었다. 미국 정치에서 잠시 물러나신 사이 북한에서 미사일이 많이 개발되고 핵폭탄도 많이 늘어나는 등 한반도 상황 많이 나빠졌다”며 “김여정이 저를 비난할 때도 대통령님과 김정은의 관계는 의심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를 한다면 나는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김정은과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다. 김정은과 잘 어울렸고 북한은 막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올해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적절한 대북 정책을 통해 관계가 진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트럼프, 방위비 분담-주한미군 부지 소유권 문제 꺼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부지 소유권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감축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해 “그걸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한국에는 4만 명이 넘는 병력(주한미군)이 있다. 아시다시피 지난 임기 동안 한국은 그 비용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한국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로 동의했다. 그는 수십억 달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주한미군 규모는 2만8500명 수준이다.

그러면서 “(기지 부지를) 주는 것과 임대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제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큰 기지가 있는 땅에 대한 소유권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기지 건설에 많은 돈을 썼고 한국이 기여한 바가 있지만, 임대차 계약을 없애고 대규모 군사 기지가 있는 땅에 대한 소유권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 조선업 협력 가능성무기 및 에너지 구매 압박도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간의 조선 협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선박을 하루에 한 척 만들었다. 지금은 퇴색한 상황이다”면서 “한국과 협력을 바란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에서 선박을 살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이 미국에서 우리 인력를 이용해 선박을 만들게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산 무기 및 에너지 구매에 대한 압박 발언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만든다”며 “한국은 (미국) 군사장비의 큰 구매국이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협력에 대해 “양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알래스카 석유 등 한국도 미국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일본도 미국 에너지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며 “미국이 세계최고의 천연가스 매장국이기 때문에 이는 신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교회 압수수색, 사실이라면 유감” 李 “미군 조사 아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정보당국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한국의 교회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다. 사실이라면 유감”이라며 특검의 압수수색에 대해 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친위 쿠데타로 부터 회복된지 얼마 안됐다. 국회가 주도하는 특검에 의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미군을 직접 조사한 게 아니고 그 부대 안에 있는 한국군의 통제시스템을 확인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소문이 존재하니 관련해 얘기할 것”이라며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약 3시간 앞둔 시점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이나 혁명(a Purge or Revolution)처럼 보인다”며 “우리는 이런 상황에는 거기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행정명령 서명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글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 새 정부가 잔혹하게 교회를 압수수색했다고 들었다. 심지어 우리 군 기지(미군기지)에 들어가서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이는 주한미군과 한국 공군에 함께 사용하는 경기 평택 오산기지와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대한 특검의 압수수색을 가리킨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재명#트럼프#김정은#남북관계#피스메이커#조선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