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한덕수와 회동’ 의혹 제기에 입장문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 관련
한덕수는 물론 누구와도 논의 안해
거론된 나머지 사람과도 대화·만남 없어”
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이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된 ‘이재명 재판 논의 점심 회동설’에 대해 17일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이날 ‘최근 정치권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한 대법원장의 입장’을 냈다. 여기서 “최근 정치권 등에서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 등과 만나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에 대해 논의했다는 취지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대법원장은 위 형사 사건과 관련하여 한덕수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어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충식 씨(김건희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의 최측근) 두 사람을 말한다.
조 대법원장은 당초 이날 오후 6시경 퇴근길 직접 입장을 밝히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대답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입장문을 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조 대법원장은 오후 6시 3분쯤 퇴근하면서 기다리던 취재진에 “수고하십니다”라고 말한 뒤 청사를 떠났다. “민주당에서는 한 전 총리 등과 만났다는 녹취 증거도 있다고 주장하는데 입장이 있느냐” “정치권에서 사퇴 요구하고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전날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익명의 제보’를 인용해 조 대법원장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올해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고, 4월 7일 조 대법원장이 한 전 총리, 정 전 검찰총장, 김 씨 등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는 것이다. 더해 부 의원은 “제보 내용이기는 하지만 조 대법원장 (당시 점심 식사)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라며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고 한다. 이 발언을 윤석열(전 대통령)에게도 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낸 입장문에 다소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한 전 총리와 해당 사건에 대해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 명확하게 ‘만난 적이 없다’고는 밝히지 않았다. 4월 7일 점심에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가 만났는지 이목이 쏠려있는 상황에서 해명이 다소 불명확하게 보일 여지가 있다.
또 대화나 만남이 있었는지에 대해 ‘한 전 총리’와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을 서로 나눠 해명한 부분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이 대통령) 판결 전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한 전 총리든 누구와도 사건 관련 이야기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일은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가 (조 대법원장의) 답변이었다”며 “작년 12월 등 문제 있는 기간에는 (한 전 총리를) 아예 안 보신 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문제가 된 4월 7일이나 그 시점 전후로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가 아예 만난 적이 없다고 명확히 밝히진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직에 있다보니 어떤 공적 자리 기념일에 의도하든 안하든 좌석 배치에 따라서는 앉아야 되면 옆에 앉아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것도 기억을 못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이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제주 4·3 평화공원 교육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의혹 제기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은 (조 대법원장) 출근·퇴근에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고자 마치 언론을 입틀막 하듯 ‘출퇴근 촬영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며 “이 무슨 해괴한 발표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혹 제기가 만약 사실이라면, 국민 여러분, 조 대법원장을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며 “내란특검은 이 충격적인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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