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에 발목잡힌 국민의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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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방해’ 뒤에야 전한길 징계 착수
건진법사 전성배 ‘김건희 청탁’ 파문
전광훈 반탄 주도-유튜버 관리 의혹
尹관련 ‘3전’ 절연 못해 퇴행 반복

왼쪽부터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 건진법사 전성배 씨,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가 보수 재건을 위한 혁신 경쟁 대신 퇴행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어게인(again)’을 주장하며 선동에 나선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당 대표 후보들이 가세한 내홍이 커지면서 지도부가 강성 당원들의 눈치를 살피다 혼란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11일 오전 전 씨 징계를 논의하기 위한 윤리위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오전 긴급 비대위 회의를 열고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방해한 전 씨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지 이틀 만에 징계 관련 첫 회의가 열리는 것.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더 이상 전당대회의 혼란이 없도록 조속히 결론 내려 달라”고 윤리위에 당부했다.

전 씨는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탄핵 찬성) 진영 후보 연설 도중 당원들이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선동했고, 이후 장내 분위기가 격화하면서 당원들이 서로를 향해 고성과 욕설을 내뱉는 소동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전 씨와 함께 공천개입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 ‘서부지법 폭동 사태’ 배후로 수사 받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등 이른바 ‘3전(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보수 진영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경태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통일교, 신천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에서 가입시킨 국민의힘 당원들의 탈당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한길 입당 논란 방치, ‘전대 난장판’ 뒤에야… 당 윤리위서 징계 절차


“전광훈과 절연” 목소리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에 대해 당 중앙윤리위원회 차원의 징계를 요청했지만, 때늦은 조치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윤석열 어게인’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사인 전 씨는 6월 9일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지난달 중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한 개인의 입당에 대해 호들갑 떨 것 없다”며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지난달 21일에야 서울시당에 “전 씨 언행에 대해 조사를 검토해서 별도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3주간 별도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은 전 씨 등 보수 유튜버들이 출연하는 방송에 나와 강성 보수들에게 편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 이런 흐름 속에 결국 ‘난장판 전당대회’ 사태까지 초래됐다는 것이다. 난장판 전당대회 이후 당 의원들 대화방에선 지도부를 성토하는 메시지가 나왔고, 지도부는 이에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선 전 씨뿐만 아니라 건진법사 전성배 씨, 전광훈 목사 등 이른바 ‘3전’ 문제가 당을 수렁으로 더욱 깊이 끌고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후에도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에 미적대다 윤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3전’ 리스크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 따르면 건진법사 전 씨는 통일교가 시도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청탁에서 중간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통일교가 교인들에게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도록 투표를 독려했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목사는 탄핵심판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며 강성 보수 규합에 영향을 미쳐왔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 목사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탄핵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최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전 목사가 금전 지원을 통해 우파 유튜버를 관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파색이 옅은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않으니, 이제는 당을 오래 지킨 책임 당원들이 빠져나가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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