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소급적용땐 위헌 논란 소지
통과해도 실익 적다” 결론 내려
더불어민주당이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과 일치시키는 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현직 기관장에게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현직 기관장에 대해서도 평가를 거쳐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위헌 소지 등을 감안해 소급 적용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상당수가 임기를 남겨두고 있어 상당 기간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민주당에 따르면 원내 지도부와 국회 상임위원회 여당 간사단은 최근 회의에서 김병기 원내대표가 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 내용 중 현직 공공기관장도 평가를 거쳐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과 관련해 “소급 적용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고 통과해도 실익이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지도부와 간사단은 지도부에 결론을 알리고 지침을 요청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임명된 공공기관장 50여 명에 대해 ‘법 개정을 통해 해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새로 임명되는 기관장에 대해서만 대통령과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직 기관장들이 해임돼 헌법소원 등 법적 다툼을 벌일 경우 승산이 적고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당내 의견에 따른 것이다. 다만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법률 소급 적용은 위헌적 성격이 있어 어렵지만, 기관장 평가를 강화하는 부분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14일 동아일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188명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344곳) 2곳 중 1곳 이상(54.7%)의 기관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것이다.
2018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해도 전임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 상당수가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출범 100일이 지난 이재명 정부도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은 박상진 한국산업은행장 1명뿐이다. 윤석열 정부 때도 취임 100일 시점에 임명된 공공기관장은 3명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공공기관장에게 사직을 종용하는 분위기가 사라져 기관장들도 눈치를 덜 보는 상황”이라며 “임기가 만료된 뒤에도 후임이 없다는 이유로 수개월에서 1년씩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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