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강의구 ‘사후 계엄 선포문’ 공모 혐의… 강제수사 본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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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 수사]
특검, 총리공관-韓 자택 압수수색… 韓, 국회서 “계엄 몰랐다” 위증 논란
내란 방조 혐의로 수사 확대할 듯… ‘피의자’ 조사뒤 영장 청구 가능성
오늘 이상민 불러 ‘단전-단수’ 조사

내란 특검팀이 24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강의구 전 대통령 부속실장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사실상 전 정권 2인자를 겨냥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 문건을 몰랐다”던 한 전 총리를 정조준한 특검은 25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 등을 조사한다. 이 밖에도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도 특검 수사선상에 올라 있어 윤석열 정권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한덕수 영장,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적시

24일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자택에서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특검은 ‘사후 계엄선포문 의혹’ 등과 관련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날 한 전 총리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4일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자택에서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특검은 ‘사후 계엄선포문 의혹’ 등과 관련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날 한 전 총리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특검은 이날 한 전 총리와 강 전 실장의 자택 등 3곳을 압수수색하며 영장에 이들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서류무효손상, 위증 혐의 등 피의자로 적시했다고 한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국무총리 공관도 포함됐다. 특검은 이날 개인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강 전 실장이 12·3 비상계엄 선포 뒤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뒤늦게 보완하기 위해 허위 문서인 ‘사후 계엄 선포문’을 만든 것으로 의심한다. 이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한 전 총리에게 서명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8일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며 문건 폐기를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또, 한 전 총리가 강 전 실장과 공모해 사후 계엄 선포문을 탄핵 재판이나 수사 절차에 행사할 목적은 아니었는지 압수물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서도 사후 계엄 선포문과 관련해 “피의자(윤석열)가 한덕수, 강의구, 김용현과 공모해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계엄 전 서명한 문서에 의해 계엄 선포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한덕수는 비상계엄 관련 문서에 서명한 사실이 없음에도 강의구의 요구에 따라 서명을 해줬다”고 적시했다.

● ‘내란 방조’ 혐의 수사 확대 가능성

특검은 한 전 총리의 내란 관련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전 총리는 올해 2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계엄 선포문에 대해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소집될 때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나중에)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이 전 장관과 계엄 선포 전 관련 문건을 챙겨 살펴보는 장면이 담긴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를 확보한 상태다.

또 한 전 총리 측은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열린 헌법재판소 변론 과정에선 “계엄 선포 계획을 갑자기 알게 돼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며 “대통령실에서 계엄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지금껏 주장과는 다르게 수사기관에서 거짓된 진술을 하면서, 실제로는 계엄에 가담하거나 방조한 것은 아니었는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특검팀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한 전 총리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혐의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신병 확보를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출국 금지한 뒤 이달 2일 한 차례 불러 계엄 당일 행적 등을 확인했다.

● 이상민 최상목 박성재 등 조사받을 듯

특검은 이 전 장관을 불러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 및 위증 등의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이 전 장관에게 단전·단수 관련 문건을 보여주고, 실제로 허석곤 소방청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또, 특검은 계엄 해제 당일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한 박 전 장관과 ‘계엄 쪽지’ 관련 위증 의혹을 받는 최 전 부총리를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검은 이날 브리핑에서 “20일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김 의장을 불러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에 대해 당시 보고가 이뤄졌는지,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으로부터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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