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5.07.09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2·3 비상계엄 선포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인당 1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상계엄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첫 사례로, 향후 유사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국민 104명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윤 전 대통령)는 원고들에게 각각 1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이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 법원 “국민들의 정신적 고통 명백, 위자료 지급해야”
지연손해금은 윤 전 대통령이 소장을 받은 다음 날인 4월 30일부터 연 12%의 이율로 계산하도록 했다. 이는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책임을 통지받은 시점부터 손해를 갚아야 한다는 민법 및 소송촉진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자를 포함하면 이날 기준으로 원고 1인당 약 10만2800원을 받게 된다.
재판부는 “피고는 위헌적이고 위법한 비상계엄으로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의 생명권과 자유 및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하는 대통령의 막중한 임무를 위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공포와 불안, 수치심 등 정신적 고통을 받았던 것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가집행’을 명령해 위자료를 곧바로 지급하지 않으면 지연 이자가 계속 붙게 된다. 향후 항소심 등에서 판결이 뒤집히면 원고들이 위자료와 이자를 반환해야 한다.
이번 소송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측 대리인이었던 이금규 변호사(채 상병 특검보)가 지난해 1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면서 시작됐다. 이 변호사는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에 대해 항의하는 의미로 소송 참여자를 105명으로 제한했고, 이후 중복 신청자를 제외해 참여자가 104명으로 조정됐다. 이 변호사는 “처음에는 동창 등 지인들과 시작했다가 인터넷으로 불특정 다수의 신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 1만 명 참여 2차 손배 등 유사 소송 이어질 듯
비상계엄에 따른 배상 책임이 인정되면서 향후 유사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이미 서울중앙지법에는 비슷한 내용의 소송이 추가로 접수된 상태다. 원고 측 김정민 변호사 역시 “다음 주 1만 명가량이 참여하는 2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다시는 이번 계엄과 같은 반역사적이고 위헌적인 행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피고에 대해 형사책임은 물론이고 손해배상 책임까지도 엄중히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제기될 유사 소송에서 윤 전 대통령의 배상 책임이 얼마나 인정될지도 주목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관련 사건으로 참고가 될 것”이라면서도 “당사자들이 어떻게 증거를 제출하고 주장하느냐에 따라 개별 사건별로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7년에도 국민 4000여 명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위법 행위로 분노 등을 느낀 국민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국민이 배상이 필요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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