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영장심사…특검 “불법계엄 적법 포장” vs 韓측 “尹 설득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7일 2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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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소집 놓고 팽팽한 공방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5.8.27/뉴스1
“불법 비상계엄이 적법한 것처럼 보이도록 외관을 만들었다.” (내란 특검)

“국무위원들이 모여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설득하려고 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서관 319호 법정.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과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검사들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한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는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건의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놓고 양측이 맞붙은 것이다.

특검은 전시·비상사태가 아닌 상황에서 시도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불법이 명확한데도 한 전 총리가 적법하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대통령을 만류했지만 설득되지 않아 국무위원들을 부르자고 한 것”이라고 맞섰다고 한다.

● “대통령 견제 책무 저버려” vs “비상계엄 반대”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5.8.27/뉴스1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구속영장심사에는 특검 측 김형수 특검보와 김정국 부장검사 등 6명이 자리잡았고, 변호인석에는 한 전 총리 측 변호사들이 앉았다. 짙은 푸른색 양복에 연한 하늘색 넥타이를 맨 한 전 총리는 이날 법정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앞서 김건희 여사(구속)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구속 기소)이 영장심사를 받았던 법정 안에서 같은 판사 앞에 섰다.

특검은 총 160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를 넘겨가면서 한 전 총리에게 적용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국정 2인자’로서 대통령의 국가 긴급권 남용을 제어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는데, 이를 저버리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적법해보이도록 도왔다는 논리였다. 헌법은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보좌할 의무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은 헌정사상 미국식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 이례적으로 총리제를 도입한 배경을 감안했을 때 총리에겐 대통령을 견제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 소집을 건의한 뒤 5분 남짓 끝난 ‘형식상’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사후 계엄선포문에 서명한 것도 불법 계엄에 적법해보이는 외관을 씌우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특검은 강조했다. 한 전 총리 주장대로 국무위원들을 모아 계엄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서 설득하려고 했다면, 윤 전 대통령이 부른 장관 6명 중 2명이 도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장관들을 기다리자”며 국무회의 개의를 반대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특검이 적용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부인했다.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주재할 권한을 가진 윤 전 대통령이 개의 2분여 만에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통보한 뒤 일방적으로 나가버려서 국무위원들이 제대로 된 반대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웠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올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당시에도 “대외신인도와 같은 국가의 핵심을 흔들 수 있어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며 “당시 국무회의는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 “계엄 문건 받은 기억 없다”, 위증 혐의 놓고도 공방

특검은 한 전 총리가 헌재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한 게 의도적인 허위 진술이라고 판단하고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정에서 위증한 행위를 무겁게 봐야하며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취지다. 한 전 총리가 위증이나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등에 관여한 만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관련자들과 말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반면 한 전 총리는 특검 수사에서 계엄 선포문 등을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챙겨서 나오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 한 뒤 “당시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계엄 선포문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러 거짓말을 한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날 오후 4시 55분까지 3시간 25분 동안 진행된 영장심사를 마친 뒤 한 전 총리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렸다. 이곳 수용동 독방엔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수감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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