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동남아야, 서울이야?‘…역대급 폭염에 서울서 바나나 또 ’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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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35.8도 습도 73%…하우스서 자랄 열대 과일이 도심 농장서
“계속 더워져, 경각심 가져야”…기후변화 맞는 품종 개발 지적도

30일 오전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 텃밭에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2025.07.30/뉴스1
30일 오전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 텃밭에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2025.07.30/뉴스1
역대급 폭염에 서울에서 또 바나나가 열렸다.

기자가 중복인 지난 30일 찾은 서울 노원구 소재 천수주말농장의 한가운데엔 성인 남성 키 1.5배 높이의 바나나 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쭉 뻗은 널따란 잎 아래 바나나 세 송이가 열려 있었고, 수십 개의 바나나는 한 뼘 크기 정도로 자라 있었다. 줄기 끝엔 성인 남성 손바닥보다 큰 자주색 꽃도 매달려 있었다.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기록한 이날 바나나 나무 옆에 위치한 온·습도계는 ‘온도 35.8도, 습도 73%’를 표시하고 있었다.

도심 속 농장인 천수주말농장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 또 바나나가 열렸다. 열대과일인 바나나는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가 원산지다. 국내에선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데 폭염이 이어지면서 서울 도심의 노지에서도 바나나가 열린 것이다.

천수주말농장 대표인 마명선 씨는 기자와 만나 “올해 심은 네 그루 중 세 그루가 살아남았고, 그중 하나에서 바나나가 열렸다”고 전했다.

마 씨와 동료들이 농장에 바나나 나무를 심게 된 건 11년 전이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고온다습한 날씨가 매년 이어지자, 열대 과일들을 심어보기로 한 것이다.

마 씨는 “날이 하도 더워 처음엔 무화과를 한 번 심어 봤다. 그런데 잘 자라서 바나나도 한 번 심어보기로 했다”며 4년 전에 처음 바나나 나무에 꽃이 피었다고 설명했다.

농장에서 바나나가 열렸다는 소문이 돌자 외부인들이 농장을 방문하기도 한다는 게 마 씨의 설명이다.

그는 “농장이 24시간 열려있다 보니 동네 사람들도 그렇고, 멀리서도 구경을 온다”며 “바나나를 먹어나 봤지, 나무랑 꽃은 보기 어렵지 않느냐”며 웃음 지었다.

30일 오전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 텃밭의 바나나 뒤편으로 보이는 온·습도계.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 섭씨 36도였다.2025.07.30/뉴스1
30일 오전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 텃밭의 바나나 뒤편으로 보이는 온·습도계.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 섭씨 36도였다.2025.07.30/뉴스1


그러나 바나나 나무가 결실을 본 게 마냥 좋은 소식은 아니다. 여름마다 폭염이 지속되는 이상 기후가 중부지방에서도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섭씨 27도에서 35도의 기온. 연 강우량 1700㎜가 연중 고르게 분포하는 곳이 바나나를 재배하기 좋은 환경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전국 연평균 기온이 14.5도로 집계돼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해’를 기록하기도 했다.

마 씨는 “결구(열매가 맺히는 것)가 된 건 지난해와 올해다. 날씨가 계속 더워지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며 “이걸 보고 사람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같은 날씨가 이어지면 제대로 비닐하우스를 지어 (본격적으로 열대성 작물들을) 재배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처럼 이상 기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나라의 농업 환경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폭염과 같은 이상 기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작물의 상품성”이라며 “열대작물들의 경우 국내에서 상품화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것은 재해에 강한 기존 품종의 개발”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농촌진흥청과 같은 기관 주도하에 기후 변화 속도에 맞는 품종에 대한 연구·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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