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전공의 충원률 17%…의정갈등 이후 사실상 ‘전멸’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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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41명…정원대비 17.4%
낮은 진료수가·법적 리스크·인구감소로 소아과 위축
수도권·비수도권 절반 이상 24시간 상시 진료 불가능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한 1일 대구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09.01. 대구=뉴시스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한 1일 대구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09.01. 대구=뉴시스
의정갈등으로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복귀하면서 갈등 전의 76% 수준을 회복했지만, 소아청소년과는 전체 정원의 20%도 채우지 못하는 등 필수의료 가운데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의료 시스템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4일 “급격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원 감소는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의료 시스템 붕괴의 전조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소아청소년과는 모집인원 770명 가운데 103명 선발에 그치는 등 13.4%의 복귀율을 보였다. 현재 수련 중인 전공의를 포함하면 전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41명으로 전체 정원대비 약 17.4%의 충원률을 보였다.

이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다른 필수과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으로 지난 10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필수과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의정사태 이전인 지난해 3월과 비교해도 40.3% 줄어들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이 같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저조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낮은 진료수가”라며 “의료사고 및 법적 분쟁에 대한 높은 위험 역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90%가 ‘낮은 진료수가’를 주요 지원 기피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진료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또 응답자의 약 80%는 의료사고의 위험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이밖에도 저출산으로 인한 소아·청소년 인구 감소도 전공 선택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등 실제 응답자의 약 70%가 이를 기피 요인으로 지목했다.

학회는 “이처럼 낮은 보상, 법적 리스크, 인구 감소는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며 “이는 곧 해당 분야의 지속 가능한 진료 기반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는 향후 소아청소년 진료를 담당해야 할 미래 전문 인력임을 감안할 때, 지속적이고 급격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감소는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의료 시스템 붕괴의 전조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이미 인력난으로 한계에 직면한 24시간 소아청소년 응급, 중증질환 대응 뿐 아니라 만성질환 관리체계는 물론 지역 기반 소아청소년 의료의 존립마저 크게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올해 수련실태조사 결과 전국 수련병원 93개 중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약 46.2%(수도권 47.1%, 비수도권 45.0%) 로 수도권, 비수도권 모두 절반 이상이 응급소아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24시간 상시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방에는 소아청소년과 의원 자체가 없는 지자체도 58곳에 달한다.

학회는 “이는 곧 소아청소년 응급의료와 지역 기반 의료 접근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정부와 관계기관의 대응이 없다면 소아청소년 의료의 기반은 조만간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상황에 내 몰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어린이·청소년 건강기본법(가칭)’ 제정을 통해 소아청소년 의료의 법적·제도적 지원 기반을 확립하고, 소아청소년 의료 전담 부서 신설로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성을 확보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 소아청소년 진료 수가의 현실화, 파격적 재정적 지원과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환자 피해자 구제를위한 제도 개선, 사회적 협의체를 통한 의료현장 안정화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회는 “지방 의료 인프라 지원 강화를 포함한 이 같은 일련의 신속한 구조적·제도적·재정적 지원 대책만이 소아청소년 의료의 붕괴를 막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사회의 미래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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