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본과 3, 4학년 최대 78주
증원 규모 컸던 지방 국립대 의대들
평가인증 기준선인 52주에 맞춰져
“지역-병원별 의료 질 편차 커질 우려”
지난 3일 서울 한 의과대학 모습. 뉴스1
의과대학 본과 3, 4학년이 하는 임상실습 기간이 의대에 따라 최대 6개월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원 규모가 컸던 주요 지방 국립대 의대 임상실습 기간이 증원이 안 된 서울 주요 대학 의대보다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지방 국립대 의대 24·25학번이 본과 3, 4학년에 올라가는 시기, ‘더블링(2개 학번이 동시에 수업받는 것)’ 상황에서 임상실습 주수마저 짧아 수박 겉핥기식 교육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블링 학번 실습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향후 지역별, 병원별 의료 질 편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립대 의대 10곳과 서울 사립대 의대 7곳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4일 제출한 ‘의과대학 학년별 교육과정’에 따르면 의대 간 임상실습 주수 편차는 최대 26주(6.5개월)다. 의대는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위해 ‘주당 36시간 이상 52주 이상’ 임상실습을 반드시 진행하게 돼 있다.
문제는 증원 폭이 큰 지방 국립대 의대가 증원이 안 된 서울 주요 대학 의대보다 상대적으로 임상실습 주수가 짧다는 점이다. 의대 중 임상실습 기간이 가장 긴 곳은 서울대였다. 서울대는 본과 3, 4학년 각각 한 학기당 20주, 19주 이상 실습을 배정해 최대 78주 임상실습을 진행한다. 증원이 안 된 서울 사립대 의대 중에서는 연세대가 60주로 가장 길고, 다음은 이화여대 58주, 성균관대 56주 등이다. 반면 증원이 많이 된 지방 국립대 의대의 실습 기간은 대부분 의대 평가 인증 기준선인 52주에 맞춰져 있다. 경북대 52∼56주, 경상국립대 54주, 전북대 54주 이상, 충북대 53주 이상 등이다.
한 국립대 의대 교수는 “의대별로 교육 여건이 다르다 보니 세부적 분과까지 실습을 도는 학교가 있지만, 필수적인 내용만 실습하는 곳도 있는 게 현실”이라며 편차가 큰 이유를 설명했다.
24, 25학번 의대생이 올 2학기에 동시 복귀하며 이들이 본과 3, 4학년이 됐을 때 임상실습의 질 저하를 두고 대학들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을 돌며 학생들이 실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실습해야 하는데 2개 학번이 동시에 몰리며 임상실습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증원이 많이 된 지방 의대는 임상실습 주수도 짧아 실습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 교육 부실 지속 우려 “장기적 실습 대안 마련돼야”
의료계에서는 24, 25학번의 임상실습 질 저하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들이 전공의가 됐을 때도 더블링 문제는 안고 가야 하는 만큼 실습 교육 부실화는 계속될 것이고 이는 결국 서울과 비수도권 간 의료 격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국립대는 수도권에 비해 병원 규모가 작고 환자가 수도권 병원으로 가는 경우도 많아 학생 수 대비 병상 수 확보가 어려워 임상실습 질이 저하된다”며 “더블링으로 추후 전공의 실습 질 저하 또한 우려돼 장기적으로 의료의 질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중국 충북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24, 25학번 임상실습과 관련한 대안이 적어도 (이들이 본과에 진학하는) 2028년에는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원 규모 등이 확정된 이후 대학별로 수립한 24, 25학번 졸업 계획대로 정부가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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