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전날 산사태로 실종됐던 70대 A 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평생 마을에 살면서 이런 날벼락은 처음이야….”
기록적인 폭우가 산청군을 휩쓸고 간 지 하루가 지난 20일, 경남 산청군 내원마을에서 한평생을 살아왔다고 말한 주민 강정하 씨(67)는 산사태로 쑥대밭이 된 마을을 돌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마을은 전날 폭우로 일어난 산사태에 상당 부분이 토사로 뒤덮여 폐허가 된 상태였다.
이른 새벽부터 자택에서 나와 마을 주민들의 상태를 살피던 강 씨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아수라장이 된 마을을 바라봤다. 어두웠던 강 씨의 얼굴에서 이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강 씨는 흐느끼며 “주변 마을 전부 이런 상태라 우리 마을 먼저 복구 작업을 해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손을 쓸 방법이 없어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나온다”라며 눈물을 닦았다.
20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내원마을에서 주민 강정하 씨(67)가 전날 발생한 산사태로 쑥대밭이 된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전날 산사태로 3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산청읍 부리마을에서는 실종자 수색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오전 7시께 도착한 마을에서는 소방 관계자들이 굴삭기를 이용해 마지막 실종자를 찾고 유해를 수습하고 있었다. 아수라장이 된 주택 잔해 사이에서 이들은 조심히 유해를 구급차로 옮겼다. 유가족은 작업 현장 밖에서 운구되는 유해를 바라봤다. 유해 수습이 완료되자 마을 주민 중 일부는 안타까운 듯 한참을 현장에 머물기도 했다.
20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전날 실종됐던 실종자들의 유해가 모두 수습되자 한 주민이 사망자가 발생한 주택 앞에서 잔해를 줍고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부리마을과 수킬로 밖에 떨어지지 않은 외정마을에서는 주민 김곡지 씨(77)가 잔해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미끄러운 진흙과 날카로운 돌무더기를 해치며 쑥대밭이 된 마을 하염없이 돌아다니던 김 씨는 체념한 듯, 돌덩이 위에 앉아 입을 열었다. 김 씨는 “지난 수십년간 끄떡없이 버텨왔는데, 모든 게 다 끝나버렸다”라며 “그나마 내 몸이라도 성한 게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20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정마을에서 주민 김곡지 씨(77)가 잔해 사이를 거닐던 중 체념한 듯 돌덩이 위에 앉아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20일 오후 7시30분 기준 인명피해는 사망 17명, 실종은 11명이다. 이중 피해가 집중된 경남 산청에서는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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