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고-깊이 5m 넘는 대형 싱크홀 모두 안전도 낮은 4, 5등급서 발생했다[히어로콘텐츠/크랙中-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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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서울 싱크홀 사고 분석해 보니
굴착공사 안전관리 부실 등 ‘인재’
지하안전영향평가 실효성 지적도

4월 경기 지역의 한 지하철 굴착공사 현장을 찾아간 정부 안전 점검단이 터널의 단면을 살펴보고 있다. 이 현장에서는 발파 작업도 진행 중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반이 연약한 곳에서 안전 관리를 부실하게 한 채 발파 작업을 할 경우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히어로콘텐츠팀

2019년 12월에 1명이 숨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싱크홀(땅 꺼짐) 지점에서는 지하보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여의동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한국지하안전협회와 제작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안전도가 낮은 5등급 지역이었다.

2019년 12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여의도역-파크원 지하보도 공사 현장에서는 폭 2.5m, 깊이 2.5m 싱크홀로 작업자 1명이 사망했다. 여의동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한국지하안전협회와 제작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안전도가 낮은 5등급이었다. 동아일보DB
2019년 12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여의도역-파크원 지하보도 공사 현장에서는 폭 2.5m, 깊이 2.5m 싱크홀로 작업자 1명이 사망했다. 여의동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한국지하안전협회와 제작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안전도가 낮은 5등급이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8월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지점은 사천빗물받이펌프장 유입관로 신설 공사장 인근이었다. 안전지도에서 5등급 바로 위인 4등급 지역이었다.

히어로팀은 2018년 이후 서울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깊이 5m 이상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 6곳을 안전지도에서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의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은 싱크홀 관련 자료를 2018년부터 집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해당 사고 모두 4, 5등급 지역에서 일어났다. 6건 중 사망 사고는 여의동, 연희동, 강동구 명일2동 등 총 3건이었는데 인근에 굴착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깊이 6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던 마포구 대흥동, 깊이 5m 싱크홀이 생긴 송파구 석촌동은 4등급 지역이었다. 깊이 5m 싱크홀이 생긴 여의동은 5등급이었다. 원인은 모두 굴착공사 안전관리 부실, 되메우기 불량 등 인재(人災)였다.

대형 싱크홀을 포함한 전체 싱크홀은 서울에서 2018년 이후 총 132건 있었는데 90건(68.2%)이 안전지도상 4, 5등급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지하에 묻어 놓은 상하수관이 손상돼 지하수가 흘러나오거나, 주변 굴착공사로 인한 여파가 원인이었다.

동아일보와 한국지하안전협회는 지반, 지반침하 이력 등을 반영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어 각 동의 안전등급을 1~5등급으로 분류했다. 5등급은 가장 안전도가 낮은 등급이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등록된 2018년 이후 서울 싱크홀 지점 132곳 중 90곳이 4, 5등급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 현재 진행 중인 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최근 1년 이내 완공된 곳 포함)는 총 196곳이었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지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지하 10m 이상을 파내는 굴착공사를 하려면 지반 안전을 증명하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명일2동 같은 경우 인근의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이 평가를 통과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싱크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 지역을 미리 선별하고, 굴착공사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크홀 68% ‘안전 취약’ 4, 5등급서… 공사부실 41%선 인명피해


서울 싱크홀 사고 분석해보니
8년간 132건중 90건 4, 5등급 몰려
인명피해 주요 원인 ‘굴착공사 부실’
서울內 깊이 10m 공사장 300여곳중
196곳이 ‘본보 안전지도’서 4, 5등급
“굴착공사 현장 수시 안전점검 필요”
국토교통부가 집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132건 중 90건(68.2%)은 본보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의 4, 5등급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반, 지하수, 지하철, 지반침하 이력, 노후 건물 분포 정보 등 싱크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을수록 해당 지역의 안전도는 낮아진다. 반면 안전도가 높은 1등급 지역인 관악구 대학동에서는 싱크홀이 한 번도 없었다.

● 서울 싱크홀 68.2%는 4, 5등급 땅에서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차도에서 폭 4m, 깊이 2.5m 싱크홀이 발생해 승용차가 빠져 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이 도로 인근에는 2020년부터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신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 1월에도 이곳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싱크홀이 생겼다. 연희동은 히어로팀이 제작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안전도가 낮은 4등급이다. 뉴스1
올해 1월 16일 서대문구 연희동 사천교 삼거리 인근에는 폭 1m, 깊이 1m의 싱크홀이 생겼다. 지하에서는 2020년부터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신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사로 연약해진 주변 지반을 보강하지 않은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이 지점은 지난해 8월 29일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연희동 싱크홀 사고 지점에서 불과 500m 거리였다. 연희동은 안전지도에서 최하등급(5등급) 바로 위인 4등급이다.

싱크홀 원인은 지하 매설물 손상, 굴착 공사 등 다양하다.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 중 63.6%는 ‘상하수도 및 매설물 손상’이 원인이었다. 하수관이 깨져 물이 흘러나올 때 흙이 쓸려가며 싱크홀이 생기는데, 지하 1∼2m 얕은 깊이에서 발생해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등의 피해가 큰 심각한 싱크홀은 지하 깊은 곳에서 진행되는 굴착공사 때문인 경우가 많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최근 10년간 벌어진 서울 싱크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굴착 공사 부실로 싱크홀 사고가 난 경우 40.7%는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반면 지하 매설물 손상으로 발생한 싱크홀이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경우는 7.7%에 불과했다.

● 지금도 196곳 대규모 굴착 공사 진행 중

히어로팀 취재 결과 현재도 4, 5등급 지역에서는 대규모 굴착 공사가 여럿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싱크홀 위험을 점검하기 위해 최근 깊이 10m 이상 굴착공사 현장 300여 곳 주변 도로를 지표투과레이더(GPR)로 탐사 중이다. 이 중 196곳이 본보 안전지도에서 4, 5등급이었다. 5등급인 강동구 고덕2동에서는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를 포함해 10곳에서 깊이 10m 이상 굴착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전문가들은 굴착공사장 주변에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이 생긴 경우 얼마나 빠르게 커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올해 3월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의 경우에도 사고 3, 4개월 전 탐사에서는 공동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시로 안전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일동 싱크홀, 2년前 안전평가때 조사 누락


인근지점 최대 허용치 겨우 통과
취약성 알고도 추가 조사 안해
올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사고 현장. 이 곳 인근에는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하안전특별법상 지하 10m 이상을 굴착하는 공사는 전문 업체로부터 지하안전에 미칠 영향성을 평가받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받는다. 이 지하철 공사 역시 지하안전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반 조건이 가장 취약한 구간으로 지적된 곳에 대한 지반 안정성 해석이 꼼꼼히 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히어로콘텐츠팀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이 일어나기 전 수행된 굴착공사장 지하안전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하안전법에 따르면 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를 하기 전 지하안전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명일2동 일대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도 2023년 이 평가를 통과했다. 평가는 주요 지점(대표 단면)을 조사해 수치로 안전 여부를 나타낸다. 굴착을 하면 주변 땅, 구조물 등이 얼마나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지 예측해 수치로 나타내는 식이다. 기준치를 초과하면 공사를 못 한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평가 보고서를 입수해 전문가들과 검증했다. 총 21곳 지점을 대표 단면으로 선정해 분석해놨는데 그중 싱크홀 지점과 가까운 지점은 ‘터널 상단 침하량’(터널 윗부분이 주저앉는 정도)이 24.86mm였다. 최대 허용 기준치(25mm)를 불과 0.14mm 차이로 통과했다. 그 주변은 대표 단면 선정 및 조사,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구간에서 올해 3월 24일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다.

보고서를 본 전문가들은 “마지막 조사 지점이 기준치를 턱걸이로 통과했다면 그 주변은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로 대표 단면으로 지정, 분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질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취약 단면을 선정한다면 당연히 포함됐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지하안전평가 업체는 “보고서 뒷부분에 사고 지점과 가까운 구간을 검토한 내용을 추가했다”며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많은 단면을 다 검토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대형 싱크홀이 왜 굴착공사장 주변에서 발생하는지, 그 과정과 원리를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로 소개합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5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

▶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
https://original.donga.com/2025/sinkhole2


히어로콘텐츠팀
▽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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