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年매출 3억” 청년 귀농 전국 모델로 떠오른 충남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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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30주년] 〈9〉 지역이 농업의 미래를 바꾼다… 농업 구조개혁 일환 스마트팜 구축
청년들에 교육하고 정착 지원금… 청년농업인 7명 평균매출 3.4억
농업인 기준 완화 등 각종 지원 확대… 최근 10년간 1만5429명 귀농 유치
인구 감소 막고 지역경제 활성화

서원상 대표가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충남 보령군 4620㎡ 규모의 오이 스마트팜 내부. 스마트팜은 온도와 습도 제어, 에너지 절감 설비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미래형 농장이다. 충남도 제공
“도에서 지원을 많이 받아서 올해는 순수익 1억5000만 원을 달성했어요. 더 많은 청년이 농사에 도전하면 좋겠네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2년 전 충남 부여군으로 내려온 윤민석 씨(26)는 자신이 운영하는 채소 농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리온실, 공기 순환 장치, 재배대가 질서 정연하게 들어선 윤 씨의 농장은 흔히 떠올리는 농촌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윤 씨의 농장은 온도·습도 자동 조절, 수경 재배, 에너지 절약 시스템 등 첨단 농업 기술이 적용된 ‘유럽형 채소 스마트팜’이다. 그는 충남도가 운영한 스마트팜 청년 창업 1기 교육을 수료한 뒤 직접 농사를 짓는 ‘1호 청년 농부’다. 윤 씨는 “도의 보조금과 교육이 없었다면 연중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팜을 조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팜, 연 매출 평균 3억4000만 원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30년. 지역별로 쌓아온 자치 경험은 고유 산업을 바탕으로 한 성장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 전체 면적의 3분의 1이 논과 밭 등 경작지로 구성된 충남은 농업을 사양 산업으로 보는 대신에 농업을 통해 도시 청년을 유입시키고 인구 감소를 막으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충남도는 ‘농촌 구조 개혁’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경쟁력 없이 보조금에 의존해 온 농업·농촌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도 관계자는 “경지 면적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네덜란드는 농업 인구가 20만 명에 불과하지만 수출액은 1200억 달러에 달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220만 명이 농업에 종사하면서도 수출액이 90억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차이는 농업의 구조와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팜 구축은 도가 추진 중인 농촌 구조 개혁의 대표 사례다. 충남도는 첨단 기술이 접목된 이런 스마트팜을 총 834만9000㎡(약 253만 평) 규모로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51.3%가 준공됐다. 스마트팜에선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경영이 가능하다. 이에 농업에 대한 경험이 적은 청년들도 비교적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깔끔한 환경, 체계적인 시스템, 안정적인 수익 모델 역시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요소로 작용한다.

● 소규모 경작지 농업인도 지원 확대

충남도는 스마트팜을 도가 직접 조성한 단지를 청년 농업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공공형’, 청년이 직접 신축하는 ‘자립형’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지원에 수익을 내는 청년 농업인도 늘고 있다. 최근 1년간 스마트팜을 실제로 운영한 청년 농업인 7명을 분석한 결과, 총 매출은 연 24억 원, 농가당 평균 매출은 3억4000만 원에 달했다.

충남도는 이 같은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청년 농업인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경작지 3300㎡(약 1000평) 이상, 연 매출 1200만 원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농업인 기준도 완화하려 하고 있다. 텃밭 수준의 소규모 경작지를 가진 이도 농업인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기준을 재설정하려는 것이다.

많은 청년이 이런 지원에 이끌려 충남에 정착하고 있다. 보령에서 오이 스마트팜을 운영 중인 서원상 대표(40)는 애초 다른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려 했지만 충남도의 지원 제도를 확인한 뒤 보령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 대표는 “도에서 보조금을 받아 발광다이오드(LED) 재배등, 육묘장치,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 등을 갖춘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도내에 유치한 귀농인은 1만5429명.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출신이 60%에 달했다. 충남은 2013년부터 11년 연속으로 ‘수도권 귀농 유입률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지속 가능한 농업, 다른 지역에 모범”

충남도는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스마트축산단지도 조성하고 있다. 2029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축사금융지원 펀드를 조성해 축사 현대화와 경영 개선을 위한 재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군별 20개 지구에 총 500호의 주택을 공급해 농촌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농촌 리브 투게더(Live Together)’ 사업 또한 추진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고령 은퇴 농업인의 농지 이양을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기상 이변과 인력 부족으로 기존 관행 농업의 한계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충남이 대규모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청년 농업인을 적극 지원하는 사례는 다른 지역의 모범이 될 수 있다”며 “좋은 지역 정책의 확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도 관계자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흐름 속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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