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5년… 트럼프도 인정한 드라이브스루 검사를 기억하시나요[유레카 모멘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6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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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거야! 풀리지 않는 과제, 극복하기 어려운 고난, 끝이 보이지 않는 역경을 맞닥뜨렸을 때 갑자기 솟아나는 상쾌한 아이디어. 답답한 마음을 달래줄 한 모금 청량음료 같은 ‘유레카 모멘트’를 소개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기승을 부린 2022년 3월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부설 주차장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임시 선별 검사소에서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고양=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금 대구 가고 있어요. 대구 상황 파악하고 준비할 포인트를 질문 드릴게요.’

2020년 2월 20일 오후 6시 38분. 대한감염학회 소속 의사 7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채팅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질병관리본부(질본·현 질병관리청) 요청을 받은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51)였다. 전날 대구 ‘신천지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지역사회로 퍼질 것이라는 공포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해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견되고 꾸려진 이 채팅방은 감염내과, 예방의학, 응급의학 전공 40대 초중반 전문의들이 주축이었다. 1호 환자였던 중국 여성을 치료한 김진용 인천광역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50)도 초대됐다. 이들은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을 우려하며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며칠째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이 교수 메시지에 채팅방은 더 뜨거워졌다. ‘1주 안에 (확진자) 1000명은 일도 아니다’ ‘이미 (확산) 씨앗은 전국에 충분히 뿌려졌다고 생각한다’ ‘외국 (자가격리) 지침, CDC(미국 질병통제관리센터) 것하고 WHO(세계보건기구) 것을 빨리 만들어 배포하자’ ‘작은 일이지만 중요한 것부터 해결합시다.’ CDC와 WHO 지침은 최민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현재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가 번역해 정리하기로 했다.

문제는 감염자가 수백, 수천 명 생길 것이 확실시되는데, 그때 어떻게 코로나19를 진단하느냐였다. 병원 선별 진료소에서 한 명을 검사하면 환기를 위해 30분 이상 비우고 내부를 소독해야 한다. 감염 초기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나오는데 검사 직후 재채기할 수밖에 없어 에어로졸이 떠다니게 돼 뒷사람이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루 검사할 수 있는 인원은 20명 정도다. 수백, 수천 명이 몰려든다면 검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사하지 않고 코로나19를 진단할 방법은 없다.

김진용 인천광역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 2020년 2월 21일 새벽 파워포인트로 그린 ‘코로나19 선별 검사 센터’ 개념도. 차는 바깥쪽에서, 사람은 안쪽에서 돌면서 검사를 받게 했다. 김진용 과장 제공


● 2018년 생물 테러 연구 ‘약품 배분소’를 떠올리다
김 과장은 2월 초, 1호 코로나19 환자를 완치시켜 중국으로 돌려보낸 뒤 인천의료원 차원에서 다음 확진자 서지(급증·surge)를 대비하고 있었다. PCR 검사 기구를 더 많이 구입하고, 병원 건물 밖에 검사용 음압 텐트를 쳤다. 대규모 확진자 발생은 당연할 것으로 봤지만 그들을 어떤 식으로 진단할지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때 대구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2월 20일 밤 11시 무렵, 대구에서 돌아오는 KTX 안에서 이 교수가 김 과장에게 전화했다. “대구에 (대규모 확산에 대비해)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어요.” 순간 머릿속에 ‘그럼 진단을 아예 야외에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교수에게 말했다. “지난번에 우리 ‘생물 테러’ 연구할 때 했던 것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 “어, 그렇게라도 안을 만들어 주세요. 해 주시면 (대구)시장 설득하는 자료로 써 볼게요.” 밤 11시 47분이었다.

2018년 김 과장은 이 교수,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학 교수와 함께 질본의 생물 테러 대비 연구 용역을 맡았다. 이 연구에서는 탄저균 같은 생화학무기가 대도시에 퍼졌을 때, 방역 요원이 감염되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 항생제 같은 치료제를 어떻게 나눠 주느냐, 즉 POD(Point of Dispense·약품 배분소)를 어디에 설치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지역마다 교통이 원활한 지점에 약품 배분소를 두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인천 같으면 문학경기장이나 산하 10개 군·구의 학교 운동장에 차린 약품 배분소에 사람들이 차를 타고 들어와서 받게 하자는 구상이었다.

이를 응용해 학교 운동장 같은 공간에 선별 검사소를 둬서 차를 타고 들어와 차 안에서 검사와 진단을 받는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방식을 고안해 냈다. 문진뿐만 아니라 목구멍 스왑(swap·검체 채취), 객담(가래) 자가 채취, 필요하면 처방과 투약까지 하도록 했다.

김 과장은 2월 21일 자정 무렵부터 컴퓨터에 파워포인트를 띄워 놓고 사각형 박스를 슬라이드 여기저기 배치해 보면서 접수, 문진 및 검사, 약 받아 가는 곳 등이 지정된 개념도를 만들었다. 오전 3시 53분, 두 장의 설명과 한 장의 그림으로 된 ‘대규모 코로나19 선별 검사 센터 운영(안)’을 채팅방에 띄웠다.

그 새벽 잠들지 못했던 이희영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분당서울대병원 임상예방의학센터 교수)이 ‘드라이브스루 안이 너무 좋습니다’라고 반겼다. 다른 전문의도 ‘대단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 과장은 ‘눈을 붙인다. 수고 많으셨다’고 메시지를 올렸다. 오전 4시였다.

김진용 인천광역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 5일 자신의 진료실에서 5년 전 자신이 작성한 드라이브스루 선별 검사 센터 개념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인천=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한 드라이브스루 검사
이 단장은 김 과장의 드라이브스루 선별 검사 센터 안을 비롯해 자가격리 지침 등을 정리한 ‘COVID-19 유행 최소화(완화·Mitigation) 전략 제안’을 이날 오전 7시경 대한감염학회 소속 전문의 100명 정도가 참여한 다른 카카오톡 채팅방에 올렸다. 김 과장의 드라이브스루 안이 사실상 공식적으로 전국에 뿌려진 것이었다. 많은 의료기관에서 앞다퉈 이 안을 내려받았다.

그날 오후, 감염자 급증으로 검사에 부하(負荷)가 심하게 걸린 대구 칠곡경북대병원 부원장이 김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드라이브스루 선별 검사소를 설치하려고 하니 그 내용을 내 옆에 계신 원장님께 다시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김 과장은 원장이 누군지도 모른 채 전화를 받아서 드라이브스루 검진 방식을 자세하게 얘기했다. 2월 23일 칠곡경북대병원에 드라이브스루 임시 선별 검사소가 전국에서 최초로 설치됐다.

26일에는 경기 고양시가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덕양구 공영주차장에서 드라이브스루 검사를 시작했고 대구 영남대병원도 가담했다. 이후 몇 달 만에 전국에 70곳 넘는 드라이브스로 검사소가 만들어졌다. 야외이기 때문에 환기는 저절로 됐고 소독도 할 필요 없어 의료 인력이 절감되는 효과까지 났다.

드라이브스루 검사 방식은 해외로도 퍼졌다. 2020년 3월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드라이브스루 검사 도입 의사를 밝혔다. 앞서 그 일주일 전에는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사태가 심각해지자 태도를 바꿔 이 방식의 실효성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은 나중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때도 일부 드라이브스루 방식을 사용했다.

김 교수는 3월 25일 권기태 칠곡경북대병원 감염내과 실장, 고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임상교수, 신희준 부천 순천향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성민기 세종대 건축공학부 교수와 함께 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검사 방식과 효과를 소개하는 영문 소논문을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했다. 세계 최초였다. 이 논문을 통해 드라이브스루 검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했다. 김 과장의 드라이브스루 검사 방법은 2022년 국제표준화기구 ISO 인증을 받았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전체 호흡기 감염병 팬데믹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유용하다고 공인을 받은 것이다.

김진용 인천광역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과 드라이브스루 임시 선별 검사소를 국내 처음으로 설치한 대구 칠곡경북대병원 권기태 감염내과 실장 등이 함께 작성한 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검사 센터 관련 소논문. 2020년 3월 25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됐다.
김진용 인천광역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과 드라이브스루 임시 선별 검사소를 국내 처음으로 설치한 대구 칠곡경북대병원 권기태 감염내과 실장 등이 함께 작성한 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검사 센터 관련 소논문. 2020년 3월 25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됐다.

드라이브스루 검사는 곧이어 워크스루(walk-through) 검사로 확장됐다. 워크스루는 의료진이 공중전화부스 같은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서 팔만 뻗어 밖에 있는 사람을 검사하는 방식이었다. 사실 김 과장이 처음에 채팅방에 띄운 개념도에도 차는 바깥쪽에서 줄을 지어 검사를 받고, 사람들은 안쪽으로 돌면서 검사를 받도록 그려져 있었다.

● “상상력은 경계를 허무는 데서 시작한다”
‘지금까지 말했듯 그건 일직선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여기저기에 씨앗을 뿌려 뒀다가 땅속에서 서서히 뿌리를 내린 뒤 꽃을 피운 것이기에 한마디로 간단히 설명할 수는 없다.’(‘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번역, 클레이하우스, 2025)

드라이브스루는 2020년에 갑자기 ‘짠’ 하고 튀어나온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이거 하나만 성공시켜야지’ 하고 여기지도 않았다. 당시 전문의들이 절박하게 구상하던 다양한 검사법 가운데 하나였을 뿐, 드라이브스루만 따로 부각할 생각은 없었다.

“상상력이라는 것이 완전히 무(無)에서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그것보다는 다양한 전문 분야를 미리 학습해 둔 것들 가운데 조합해서 꺼내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상상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과장은 같은 직종끼리만 모여 있을 때보다는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한데 모였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다고 강조한다. 드라이브스루 아이디어도 김 과장 자신의 일상이나 연구 영역에서의 경험과 다른 분야에 대한 ‘열린 마음’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감염병을 보는 의사니까 전공 교과서 내용만 알고 있으면 끝날 것 같지만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따라서 다른 다양한 학문이나 전문가들과 접할 기회가 많다면 자신에게 다가온 도전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는 얘기다.

김 과장에게는 그 같은 기회가 적지 않았다. 2012년 9월 인천의료원에 부임하고 나서 2016년경까지 4, 5년간 질본 공중보건 위기대응 사업단에 참여한 것도 중요한 기회였다. 그가 인천의료원 음압 병동 매뉴얼 작업을 위해 참여한 사업단은 최보율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꾸린 팀이었다. 그런데 공중보건 위기 대응은 대부분 감염병 대응인데 감염내과 의사는 김 과장 혼자였다.

예방의학 전문의 서너 명에 다른 사람들은 의사가 아니었다. 감염병 음압 공조 시설의 국내 권위자인 성민기 교수, 음압 및 격리 시설 전문으로 동선(動線)에 정통한 권순정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 코로나19 당시 수리모델링으로 사망자 수를 정확하게 예측한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 등 공학자와 자연과학자 들이이었다. ‘아,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감염병을 공부하고 있구나’ 하고 느꼈다.

김 과장은 활동하던 팀이 해체된 뒤에도 계속 이 전문가들과 접촉하면서 의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감염병을 바라보는 관점이 몸에 배게 됐다. 새로운 감염병 대응 시스템이 필요할 때마다 자문하는 대상들이었다.

“자기 분야와 다른 분야 사이의 벽, 경계를 허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전문 영역에 갇혀 있지 말고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2020년 2월 국내 첫 발생 코로나19 환자인 중국 여성(왼쪽애서 네 번째)이 완치 판정을 받은 후 김진용 과장(왼쪽에서 세 번째) 및 의료진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여성은 김 과장을 비롯한 의료진에게 쓴 편지에서 ‘병을 고쳐 주는 사람에게는 어진 마음이 있다는 ‘의자인심(醫者仁心)’이라는 말이 중국에 있는데 나에게 당신들은 그 이상이었다“고 했다. 김진용 과장 제공


● 인천의료원에서 진료를 본다는 행운
감염내과 의사로 인천의료원에 재직하고 있는 것도 그에게는 기회였다. 대한민국에 감염내과 의사는 약 300명.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대학병원 같은 대형 병원에서 중환자나 면역 저하 위급환자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신종 감염병 같은, 그들 의사 경력에서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병에 투자할 시간이 없다.

반면 김 과장은 평소에는 폐렴이나 결핵 같은 일반적인 감염병을 보지만 인천국제공항이나 인천세관 검역소 등 관문이 되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을 짬짬이 보게 됐다. 코로나19 첫 환자는 물론이고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첫 의심 환자도, 2022년 엠폭스(원숭이두창·痘瘡) 첫 환자도 그가 진료했다. 신종 감염병 관련 지침 작성도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에볼라 사태 때는 CDC 사이트를 뒤져 업데이트된 의료진 보호구 입고 벗는 법을 내려받아 지침을 만들어 인천의료원 의료진에게 연습시키기도 했다.

“신종 감염병 공부를 해야 하는데 진짜 찾아볼 문헌이 국내에 없어요. 내게 알려 줄 사람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CDC, WHO 자료를 직접 찾아보는 일이 습관이 됐습니다.”

CDC에서 국제여행 관련해 2년마다 내는 ‘CDC 옐로북’도 2014년 판부터 아마존에서 직접 구입해 읽었다. 해외 감염병 유행 정보와 그에 대한 대응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대한감염학회 여행의학위원회에 의뢰해 2020년 판 CDC 옐로북을 처음으로 번역해서 내놨다. 염준석 연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가 지휘했고 김 과장도 참여했다.

김진용 인천광역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 5일 진료실에서 미국 질병통제관리센터(CDC) 엘로북과 최근 질병관리청에서 번역한 2020년 판 CDC 옐로북을 들고 있다. 김 과장은 신종 감염병 관련 자료를 대부분 직접 해외 관련 기관 사이트 등을 뒤져 찾아내 공부했다. 인천=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어려서부터 배운 컴퓨터에 얼리어답터 재질이 발휘돼 신종 감염병 환자들을 볼 때마다 IT 기기를 활용한 것도 또 다른 기회였다. 에볼라 의심 환자인 나이지리아인을 음압병실에서 진료할 때는 아이패드를 들고 들어가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소통했고, 그 환자가 나이지리아 현지 목사의 전화번호를 적어 줬을 때는 가지고 들어간 태블릿으로 그 번호를 사진 찍어 병실 밖 컴퓨터로 전송하기도 했다.

레벨D 전신 보호구를 입고 나이지리아인을 진료하려고 할 때, 귀가 보호구에 가려져 청진기를 꽂을 수 없게 되자 전자청진기를 구입했다. 전자청진기는 수신부에 다이어프램(진동판) 대신 작은 마이크가 많이 들어 있어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외부 스피커나 이어폰으로 청진할 수 있었다. 이후 대부분 국가지정 병동에서 김 과장이 세팅해 놓은 값으로 청진기와 무선 스피커를 활용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첫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을 틈만 나면 촬영했다. 음압병실 안에서 그 환자의 객담을 받아 내는 광경을 비롯해 다양한 장면이 그의 아이패드에 담겼다. 나중에 대응 매뉴얼을 만들 때 매우 중요한 신종 감염병 환자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녹화한 장면들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CDC의 초기 코로나19 대응이 엉터리였다는 것을 꼬집는 다큐멘터리 ‘Totally Under Control’(2020)에도 담겨 있다.

2020년 제작된 미국 다큐멘터리 ‘Totally Under Control’에 출연한 김진용 과장(오른쪽). ‘Totally Under Control’ 캡처


● “병원 다인실이 사라졌으면”
김 과장은 2020년 7월 TV 예능 인터뷰 프로그램 ‘유퀴즈’에 나와 “코로나19가 우리 미래의 변환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예언자 같은 말을 했다. 그의 생각대로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역사가 계속 그렇게 진화해 왔으니까요. 콜레라 같은 감염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은 뒤 상하수도 시설이며 건물 수전(水栓) 설치 등이 문화로 정착하지 않았습니까. 당연히 코로나19 이후 양식이 바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생각보다는 많이 안 바뀌었지만 그래도 일반인이 병원 들어올 때나 입원 환자 만나러 갈 때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했다고 한다. 학교나 학원에서 열이 나는 학생이나 교사는 출석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미생물 살균이나 필터링 방법, 실내 공기질 관리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다만 병실은 많이 아쉽다. 바로 ‘다인실(多人室) 문화’다. 우리나라 병원의 보편적인 모습인 4인실, 6인실 이야기다. 환자의 사생활 보호 문제는 기본이고 더 중요한 것은 감염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부른 평택성모병원도 다인실에서 퍼졌다. 지금도 인플루엔자 시즌에는 다인실 환자가 누구하고 접촉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냥 걸린다. 같은 병실 다른 환자들이나 병문안 온 사람들에게서 옮은 것이다. 김 과장은 자신이 의사로 은퇴하기 전까지 다인실이 1인실로 점차 바뀌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요양병원에서 호흡기 감염병 하나씩 뻥뻥 터지면서 사람들이 숨져 가는데 다인실을 1인실, 최소한 2인실로도 바꿀 원동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조금씩 1인실 병상 비율을 늘려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인실이 문제라는 얘기조차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코로나19#PCR 검사#드라이브스루#워크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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