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볼모로 의대생 세운 선배들[기자의 눈/박경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2일 03시 00분


박경민·정책사회부
박경민·정책사회부
2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숭례문으로 향하는 5차선 차도.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 의사 궐기대회’에서 의사와 의대생 1만 명(의협 추산)은 정부를 향해 의료 개혁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연단에 올라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 소위 의료 개혁 정책을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느냐. 젊은 의사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들어달라”고 했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와 의대생이 수련병원과 학교를 떠났다. 의정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14개월 동안 의정 갈등이 이어지며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복귀시키기 위해 의료계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다. 지난해 10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공의를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올해 1월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공의, 의대 교수, 의대생을 향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최근 ‘의대생 전원 복귀’라는 조건을 깨고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도 김 회장과 박 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사과와 수습책만 반복해 요구했다. 의정 갈등을 해결할 자신들의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의료계 책임과 자성을 담은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의료계는 여전히 “우리의 투쟁이 옳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물론 의정 갈등 단초를 제공한 건 정부다. 하지만 전공의가 1년 이상 수련병원에 돌아오지 않아 대형 병원은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고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은 제적, 유급 등에서 다른 대학생들은 꿈도 꿀 수 없는 특혜를 받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정부는 제시할 카드가 부족할 정도로 의료계 요구를 다수 수용했다. 이제 의료계도 의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진심으로 공익을 바란다면 의정 갈등을 풀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의료계는 이날 집회가 아직 의사도 아닌 의대생을 앞세운 ‘내부 잔치’였다는 비판이 왜 나왔는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의정갈등#의대생#의료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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