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령층의 높은 빈곤율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3층 보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05년에 기존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가입률이 낮고 수익률이 임금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조해 퇴직연금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문제점은 퇴직연금이 기존 퇴직금 제도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근로자만 대상으로, 그것도 1년 이상 근속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안정성에 매몰돼 투자 기회를 지나치게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
무엇보다 보장성이 확장되어야 한다. 현재 퇴직연금 가입률은 적격 가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53%에 불과하다.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훨씬 낮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적격 가입 대상에 대해서는 가입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 부담이 크다면 여러 가지 지원 정책과 기업 규모별 단계적 도입 방식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현행 1년 이상 근속자만 보장되고 있는 제도는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1년 미만자에 대하여도 확대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 기업 부담이 염려된다면 1년 미만 근속자는 부담률을 낮게 하거나 정부 지원 등 보완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근로자가 아닌 택배, 퀵서비스 등 노무 제공자에게도 문호를 열어줘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퇴직연금 제도 ‘푸른씨앗’은 수익률도 높고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금을 받고 있다. 노무 제공자도 개인형 퇴직연금(IRP) 형식으로 푸른씨앗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수익률을 높일 필요도 있다. 퇴직연금의 지난 10년간 평균 수익률은 2.3%이다. 이는 임금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해 퇴직금보다 연금 급여가 적은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알아서 운용해 주는 기금형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3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복지공단의 푸른씨앗이 기금형 제도로 운영되는데, 안정적으로 매년 6∼7% 수익률을 내고 있다. 올해는 8월 말 현재 연 환산 8% 이상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미국의 401K 제도와 같이 세제 혜택을 받는 추가 불입액 한도를 크게 높여 소득 대체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의 안정성과 제도 발전을 담당할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기금형을 도입할 경우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감시하고 사업주 역시 부담금을 제때 내는지 감독할 필요가 있다. 가입자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 공유, 제도 연구 등도 전담 조직이 할 역할이다.
청출어람. 스승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사자성어이다. 퇴직금 제도에서 출발한 퇴직연금이지만 이를 초월하여 고령화 시대의 든든한 사회보장 제도로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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