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연금 드는 영올드 “자녀 상속보다 노후 안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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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월 가입자 연초대비 2배로
“빠듯한 노후, 여유있는 생활 원해”
자녀들도 찬성… 부양부담 덜어
민간 주택연금 시장도 활성화

“주택연금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가입을 고려하지 않고 여태껏 버텨 왔었다. 하지만 손주를 낳은 자녀들에게 용돈까지 기대하는 게 미안했고 지출의 압박감도 점점 커졌다. 집 한 채 물려주기보단 여유 있는 생활을 하자는 생각으로 가입을 결정했다.”(이달 주택연금에 가입한 장모 씨·66)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는 주택연금의 3, 4월 신규 가입자가 올해 초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자녀를 위한 재산 상속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이 같은 주택연금 가입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실에 따르면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는 올해 1월 762명에서 2월 979명, 3월 1360명, 4월 1528명으로 불어났다. 4월 신규 가입자가 1월 가입자의 2배를 웃도는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주택연금은 갖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동안 매달 연금 형태로 돈을 받는 제도로, 55세 이상이고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의 주택 보유자가 가입할 수 있다.

예전 노년층은 “집 한 채는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상속에 대한 부담 때문에 주택연금 가입을 꺼렸다. 실제로 주택연금이 도입된 첫해인 2007년 가입자는 515명에 불과했으며 2016년에 이르러서야 신규 가입자가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다. 가입 시점에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주택연금 월 지급금이 많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던 2022년, 신규 가입자가 크게 증가해 처음으로 1만4000명을 넘겼다. 그 후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그 배경에는 노인들의 달라진 인식이 자리한다는 설명이다. 3년 전에 은퇴해 부산에 거주하는 장 씨는 이달 약 2억5000만 원 가격의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60만 원씩 받기로 결정했다. 장 씨는 “국민연금, 노령기초연금, 보험회사에 든 연금이 있지만 취미생활, 결혼 부조금, 약값 등 때문에 항상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들도 ‘우리는 어떻게든 잘 살 테니 부모님이 노후 걱정 없이 잘 살길 바란다’며 주택연금 가입에 오히려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통상 주택 가격 상승기에는 “내 집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가 주는 편이다. 그러나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큰 가운데서도 이례적으로 올해 1월 이후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자산이 부동산 집 한 채에 쏠려있어 현금이 없는 노인 빈곤 문제가 대두되며 주택연금 가입 필요성이 많이 조명됐다”며 “무엇보다 집을 지키고 물려줘야 할 것으로 여기던 노년층의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간에서도 주택연금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공시가격 12억 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거나,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도 가입할 수 있는 주택연금 상품을 내놨다.

주택연금 상품은 앞으로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맞춤형 주택연금을 확대해 노후 소득을 안정시키고, 재산 관리가 어려운 어르신을 위한 공공신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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