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보완수사 요구땐 경찰 3개월내 이행해야
지난해 기한 못지킨 사건 32%…2020년엔 16%
“지휘권 없는 검사, 경찰 수사경과 점검 못한 탓”
사기·횡령 등 난제는 6개월 넘긴 장기미제 폭증
법무부./뉴스1 DB.
2021년 1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경찰에 되돌려보낸 사건 중 3개월 이상 소요된 사건이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 횡령 배임 등 난도가 높은 사건들의 장기미제는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법무부 보고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사건 처리 지연 등 문제점에 대한 자체 검토 내용’에 따르면 검찰이 송치된 사건에 대해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 시 3개월을 초과해 처리된 사건은 지난해 상반기 1만6903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보완수사 요구 사건의 32.1%에 달했다. 2021년 1월 검경수사권 조정 이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지휘할 수 있었던 2020년 하반기 16.7%(1만2198 건)에 비하면 수사 지연 문제가 심화한 것이다.
법무부는 수사 지연의 원인에 대해 “수사권 조정 이전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휘할 때는 검찰 사건번호가 그대로 유지된 채 경찰에 보내 검사가 장기미제화 우려로 수사경과를 수시로 점검했다”며 “수사지휘권이 없는 검사는 더 이상 경찰 경과를 점검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법무부는 이러한 문제를 우려해 2023년 10월 수사준칙 개정을 통해 “검사가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청하면 경찰은 3개월 안에 이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수사지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는 사건 지연이 되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건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규정을 바꾸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인 셈”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사건이 처리되는 데 걸리는 기간도 늘어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이 사건 1건을 처리하는데 걸린 평균 기간은 2019년 50.4일에서 2023년 63.8일이 됐다. 특히 해결이 어려운 범죄의 경우 미제가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이 6개월을 초과해 처리한 장기미제 사건의 비율은 사기의 경우 2019년 9%에서 2023년 28%, 횡령은 7.2%에서 17.2%, 배임은 15.4%에서 50.6%로 늘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과 경찰이 단절되며 경찰이 법리 전문성 없이 사기, 횡령 등에 대해 수사하게 됐다”며 “보완수사권을 검찰에게 직접 주는 등 검찰과 경찰의 협력을 늘리는 차원의 수사권 분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동욱 의원은 “형사사법 시스템의 급격하고 잦은 변경으로 인해 유발된 수사 지연 문제는 경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검찰 등 모든 형사사법 기관에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검찰개혁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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