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종합병원, 초진 17%-입원 20% 줄어… “중증환자 집중 체질 개선”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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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전공의 이탈 등 혼란속
경증환자 2차 의료기관으로 이동
정부, 중증 비율 50%→70% 목표
“진료외 교육-연구 기능도 강조돼야”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갈등 영향으로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 초진 환자가 전년 대비 약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처음 진료를 받으려면 1, 2차 의료기관에서 먼저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감기 환자 등 경증질환 환자들이 과도하게 큰 병원에 몰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질환, 희귀난치 질환 치료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 서울 상급종합병원 환자 줄고 부산-대전 늘어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초진 환자는 2023년 511만7300명에서 지난해 426만1600명으로 85만5700명(16.7%) 감소했다. 의정 갈등에 따른 환자 수 감소와 정부 의료개혁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외래 진료와 입원 환자도 20% 가까이 줄었다.

서울 초진 환자는 2023년 242만3400명에서 지난해 193만5400명으로 20.1%(148만8000명) 줄었다. 다만 부산, 대전, 전남 지역은 오히려 해당 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늘었다. 대전 지역의 초진 환자는 같은 기간 13만 명에서 16만8000명으로 3만7000명 증가했다. 서울 큰 병원에 못 가 대기가 길어진 지방 환자들이 지역 상급종합병원에 간 것으로 보인다.

의정 갈등 기간 입원 환자도 감소했다. 2023년 상급종합병원 전체 입원 환자는 197만9700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57만6200명으로 약 40만 명(20.3%) 줄었다. 반면 중환자실 입원 환자는 2023년 16만6200명에서 지난해 14만6900명으로 약 2만 명(11.6%) 줄어들며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작았다.

의정 갈등 이전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진료 비중은 약 50%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질환 치료 중심으로 전환하고 중증환자 비중을 7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경증질환 환자 상당수가 상급종합병원 대신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 등 2차 의료기관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에게 집중하면서 의료전달체계가 정상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체 진료량이 감소한 건 중증질환 환자 피해로 연결됐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정 갈등 기간 상당수 병원에서 신규 환자를 받지 않았으니 환자들이 병원에 방문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분명 진료량 감소분의 절반은 구조전환으로 경증환자가 줄어든 수치겠지만, 절반은 중증환자의 진료가 어려워진 영향일 것”이라고 했다.

● “상급종합병원 역할에 대한 고민 필요한 시점”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1년 7개월간 수련병원을 떠났던 전공의 7984명이 복귀했다. 단기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 진료량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소속 교수는 “전공의 복귀 이전에도 의정갈등 이전 80% 수준까지 진료량을 회복한 병원이 많다”며 “그동안 전공의들은 피교육자의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들의 대처 방식에 따라 진료량도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정착되면 경증질환 환자보다 중증질환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중증질환 수술은 구조전환 사업 이전인 지난해 9월 2만7534건에서 올해 4월 3만9049건으로 7개월 만에 1만1515건이 증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증 적합질환 환자 비중도 5% 이상 상승했다”며 “전공의 복귀 이후에도 비슷한 패턴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옥민수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향후 의료 체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상급종합병원 역할과 의료 전달 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문의 중심 병원은 ‘전문의 양성 병원’ 역할을 맡아야 한다. 진료 이외에 교육, 연구도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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