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가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에 들어간 가운데 ‘제2의 강릉’이 될 수 있는 가뭄 취약 시군이 전국 37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시처럼 생활용수를 대는 수원(水源)이 1개 이하이면서 ‘수도관 누수율’이 강릉시보다 높은 지역만 집계한 것인데, 다양한 수원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동아일보가 환경부 ‘상수도 통계’와 국가가뭄정보포털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다목적댐·용수댐·저수지가 아예 없거나 1개인 지역은 전국 시군 161곳 중 107곳(66.5%)이었다. 이 가운데 생활용수 부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도관 누수율(수도관 틈새 등으로 새어나간 물의 비율)이 강릉시(23.4%)보다 높은 지역은 37곳에 달했다. 당장 가물지 않았어도, 4주 정도만 비가 멎으면 강릉과 같은 ‘돌발 가뭄’을 겪을 수 있는 곳들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 중 한 곳인 경북 상주시에는 실제로 이날 가뭄주의보가 내려졌다.
저수량까지 강릉보다 적은 지역은 5곳이었다. 대표적 사례가 경북 문경시다. 문경은 사실상 경천호 한 곳에 생활용수를 의존하고 있는데, 저수량은 11만 ㎥로 강릉(203만 ㎥)의 20분의 1 수준이었다. 상수도 누수율도 37.9%로 강릉의 1.6배에 달한다. 문경에 30년 가까이 거주한 천정호 씨(86)는 “이번 해가 유난히 가물어 배추가 이미 다 죽어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강릉시처럼 땅윗물(댐·저수지)을 단일 수원으로 의존하면 취약하므로 지역에 맞게 지하댐 등 대체 수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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