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올 2월 확정된 원자력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신규 건설에 대해 “국민들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사실상 재검토를 시사했다. 김 장관은 이르면 10월 출범하는 기후환경에너지부를 맡아 에너지 정책을 총괄한다.
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의견은 최종적으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1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 정부에서 원전을 너무 세게 밀어붙이고 재생에너지를 죽여놨다”며 “앞으로 어떤 것이 대한민국 사정에 가장 잘 맞는 모델이 될지 숙의 과정이 한 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원전 아니다’면서도… 김성환 “신규 원전건설 공론화 거쳐야”
10월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서 의견 수렴해 ‘전력계획’ 반영 방침 與서도 “신설 않고 기존원전 규제” 14개 신규 댐 건설엔 “절반 중단”… ‘李 공약’ 발전 5사 통폐합도 예고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9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이르면 10월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신규 원전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와 대국민 토론 등을 거쳐 새 원전을 지을지 말지를 내년에 발표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의 양대 축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전 가동 중단이었다. 공론화 결과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장관은 7월 인사청문회 당시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해 “국민 공감이 필요하겠지만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밝혔지만, 2개월 만에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장관은 1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원전에 대해서 찬성 반대 논의가 분분하고 팽팽하다”며 “한 번은 국민들과 숙의 토론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의사를 한 번 더 묻고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나중에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전날(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탄소 배출량을 빨리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탈원전’으로 바라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신규 원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좀 더 소위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올 2월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는 2.8GW(기가와트) 용량의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이 담겼다. 신한울 3·4호기 건설계획이 반영된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10년 만이다.
신규 원전 건설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맡던 에너지 정책이 환경부로 갈 것이라는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제기됐다. 여당 내부에서도 ‘환경부가 원전 정책을 쥐면 새 원전을 안 짓고 기존 원전도 규제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도 우려하고 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까지 맡게 되면서 더 심화된 수준의 ‘탈원전 시즌2’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신규 원전 없이 어떻게 탄소 중립을 달성할지가 문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신규 건설이 어려워질 경우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1kW(킬로와트) 전기를 생산하는 데 원자력은 52원이 들지만 재생에너지는 271원으로 5배 넘게 차이가 난다”며 “앞으로 하려는 정책대로 하면 전기요금이 얼마가 될 건지를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발전 공기업 통폐합 예고… 재생에너지 비중 조정 가능성
환경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재생에너지 비중과 석탄발전소 폐쇄연도 등도 조정할 방침이다. 11차 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3년 8.4%에서 2030년 18.8%, 2038년 29.2%로 높아진다. 2036년까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61기 중 28기를 폐쇄하고 2040년까지 추가로 12기를 줄이는 내용도 담겼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장관은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한다는 이재명 대통령 공약 실천을 위해 발전 5사(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를 통폐합하겠다고도 밝혔다. 김 장관은 “공기업 하나당 8개의 석탄발전소를 갖고 있는데 5개 공기업을 어떻게 구조조정할지는 조기에 결정해야 할 수 있다”며 “에너지 체제 개편과 공기업 노동자의 정의로운 전환 문제 역시 미루지 않고 로드맵을 세워 추진해야 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폐합 방안으로는 “발전 5사를 묶어서 줄여나가고, 신규로 예컨대 해상풍력이나 재생에너지 사업을 맡을 수 있도록 전환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한 전국 14개 기후대응댐 신규 건설 계획에 대해서는 “(추진할 댐과 추진을 중단할 댐이) 반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댐’의 사례로는 전남 화순군에 추진되는 동복천댐과 경북 예천군 용두천댐을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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