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애인 정책 담당 복지부도 ‘의무고용’ 안지켜 부담금 냈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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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고용 미달 인원만큼 돈 내야
작년 중앙부처 전체 279억원 내
“최저임금보다 적어 쉬운길 택해”

“1년 넘게 일자리를 못 구했어요. 정부까지 외면하는 것 같아 막막하네요.” 16일 오후 경기 고양시 장애인 취업박람회장에서 만난 지체장애인 박모 씨(34)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박람회장은 일자리를 찾는 장애인 수백 명이 몰려 붐볐다.

정부가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현행 3.8%에서 2029년 4%로 늘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장애인 정책 담당인 보건복지부가 최근 10년간 의무 고용을 지키지 못해 총 5억 원이 넘는 부담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억2900만 원의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냈다.

현행법상 의무 고용 인원수를 채우지 못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매년 고시하는 장애인 부담금 부담 기초액에 근거해 미달 인원수만큼 부담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2015년과 2023년을 제외하고 매년 의무 고용률에 미달했다.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3.8%였지만 복지부의 실제 고용률은 3.6%에 그쳤다.

다른 중앙부처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부처 전체 장애인 고용 부담금 규모는 279억 원에 이른다.

일각에선 법정 부담금의 기준액이 낮아 ‘값싼 면죄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담금이 최저임금의 60∼100%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채용보다는 부담금 납부를 택하는 기관이 많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장애인을 채용할 만한 일자리’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비판도 나온다.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고용 시스템에 장애인을 맞추다 보니 일부 사업장은 배정된 직무와 무관한 잡무를 맡기게 되는 등 엇박자가 난다는 얘기다. 나운환 대구대 직업재활학과 교수는 “장애인 대상 임용 과정을 따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 쿼터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장애인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자폐성 장애 3급인 고은철 씨(32)는 “비장애인과 의사소통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편견 탓에 취업 길이 막힐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한 장애인취업지원기관 관계자는 “그나마 일할 만한 자리는 제한적이라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무 고용률 상향, 퇴직 등에 따른 결원 충원 시차로 인해 일시적으로 고용률이 낮았다”며 “제도 개선과 추가 채용을 통해 상황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의무고용률#공공기관#장애인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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